나에게 주어졌던 시간들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는 사이 봄이라는 계절이 찾아왔다. 한 겨울 눈이 내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던 날들이 며칠 전이었던 같았는데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 날 하늘을 바라보니 따듯한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아왔다. 신문사에 보낼 칼럼을 쓸 시간이 없어 브런치에 올라온 글 중 하나를 보내기 위해 정말 오랜만이다. 브런치에 나의 잡다한 이야기와 소소한 글들을 올리는 그때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은 참으로 많이 다르다.
나의 엄마가 말기 위암이시다. S대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신 후 더 이상은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 자매는 한 동안 펑펑 울기만 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언니는 말하였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무너지면 엄마를 지킬 수 없어, 그러니 슬픔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한 번에 느끼도록 하자."
강화도 한옥카페 도솔 미술관
얼마 전까지 멀쩡하던 나의 엄마가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S대 병원을 한 달에 한 번 꼭 찾아 진료를 받던 엄마는 면역력이 전혀 없으시다. 코로나가 기성을 부리던 지난 11월-1월까지 병원을 찾아가시지 않은 사이 암이 발병되어 순식간에 온 몸에 다 퍼지고 말았다. 지금은 30Kg밖에 나가지 않는 나의 엄마.
지금은 두 시간에 한 번씩 끼니와 간식을 번갈아 챙겨 드려야 한다. 하루에 스무 번이 넘는 설거지와 우리 집으로 엄마를 모시고 온 후 아빠와 남동생까지 함께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삼시 세 끼를 늘 챙겨야 한다. 사실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름의 여유(?)를 갖기로 하였다. 잠시 시간이 될 때는 쪽잠을 자기도 하고 음악 듣기와 영화보기도 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서너 번씩 토하고 계신 엄마이시다. 우리와 함께 지낼 시간이 그녀에게는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매일 엄마의 간식과 식사를 챙겨드리며 엄마를 만지고 또 만진다. 어제는 엄마의 온몸을 만지다 삐쩍 말라 붙은 가슴에 손이 닿았다.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또 꿀꺽 삼키고 말았다.
이쁜 나의 사랑 감자야 늘 고맙다.
지금 엄마는 나의 곁에 누워 계신다. 나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오늘은 편안한 모습이다.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는 나의 엄마. 기적이 있다면 나의 엄마에게 찾아왔으면 좋겠다.
독자들에게 좋은 글과 소소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 드리지 못할 것이다. 모두들 밝고 화창한 햇살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들만을 간직하시길 소망하며, 저는 잠시 여유와 생각의 폭이 성숙해질 때까지 브런치의 글을 쉬기로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