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를 쓴 나체의 여인이 늙은 남자의 등에 올라타 있다. 이랴이랴 채찍을 휘두르며 말이 자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해 갈 수 있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여인은 노인을 한껏 조롱하는 표정으로 왼손에는 노인의 긴 수염을 잡아끌고 있는 모습이다. 노인 또한 벌거벗은 모습으로 당신이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의 영원한 말이 되겠소라고 말을 하는 듯 보인다. 그림의 왼쪽에는 남자가 내려 놓은 책이 보인다. 이것은 욕망을 얻기 위한 남자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앙상한 남자의 엉덩이와 쳐진 근육은 마치 살아있는 신체가 아닌 곧 생명력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이다. 여인의 풍성한 배와 엉덩이는 앙상한 노인에게 눌려 살이 뭉그러지고 있다. 그러나 노인은 그 무게를 무릎과 흔들리는 팔로 견뎌내고 있다. 도대체 저 남자는 왜 여인을 등에 올리고 말이 되었을까?
당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창녀가 세부류로 나뉘었다. 헤타이라, 포르네, 팔라케가 바로 그것이다. 이중 고급 매춘부 집단을 헤타이라라고 하였다. 헤타이라들은 철학과 문학 그리고 교양까지 갖춘 집단으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철저하게 학습을 시켜 사회로 나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손님들은 당시 사회의 고위층들이었으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미혹술이나 기예를 전문교육기관에서 철저히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집단은 고위층의 비즈니스를 도왔으며 때로는 그들의 비서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헤타이라들은 당시 여성들이 배움과 사회적 지위를 쌓을 수 없는 지위(즉 남성의 소유물? 과 같은 지위를 뜻함)와 달리 그녀들은 자신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으며 이들 남성과 함께 여행과 사교를 함께 즐길 수 있었기에 그리스 문화와 정치 사회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포르네와 팔라케는 최하위 계급의 창녀 집단으로 헤타이라와는 상대하는 남성의 계급 또한 철저하게 달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알렉산더 대왕의 연인이었던 헤타이라의 이름은 필리스(Pillys)이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몸을 가졌으며 문학과 철학 수사학에도 아주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스의 아름다운에 빠져 알렉산더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낮과 밤을 무시하고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이에 나라와 민심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다 못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대왕을 크게 꾸짖기 시작하였다. 알렉산더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나라를 통치하게 되었다. 이후 알렉산더 대왕에게 버림을 받은 필리스는 이 모든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때문이라고 판단을 한 후 아리스토텔레스를 유혹할 준비를 하였다. 그녀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접근을 하자 모든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것이라 믿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필리스에게 완전히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말이 되어 주세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기꺼이 그녀의 말이 되어 주었다.
이것은 조롱인가? 우롱인가?
조롱嘲弄
비웃거나 깔보며 놀린다.
우롱愚弄 사람을 어리석게 보고 함부로 대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듦.
(네이버지식사전참조)
나의 시선으로 필리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우롱하는 모습이다. 아래로 부터'바라보기가 우롱이며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기가 조롱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조롱을 당하며 살아왔을까? 지금 그림 속의 모습은 당시 여성들은 인간자체의 의미보다는 남성의 대를 잊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필리스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와 제도을 향해 정면으로 도전하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작게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복수라 하겠지만 세상고고하고 모든 이치 달관했다고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인간이며 여성과 남성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나체는 그를 따르던 수식어들을 다 벗어 버린 모습으로 보인다. 동물적 탐욕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핑계를 대며 말이다.
바쁘게 흐르던 시간들을 멈추고 가만히 또 들여다 보았다. 나의 시간들과 세상과의 관계들을 말이다. 그 동안 보낸 나의 시간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깊다면 절대 이성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여본다. 누군가 나를 조롱하거나 우롱하지 못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