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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풀을 뽑다.
비 오는 일요일 단상
by
Celine
Jul 4. 2021
며칠 만의 산책인지.
감자말이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솔직히 너무도 바빴다. 전시회 기간 동안은 집에 돌아와 씻지도 못 한채 거실에 그대로 쓰러져 잠드는 날들이었다. 그리고 소변줄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계신 엄마를 찾아 시골집으로 왔었다.
도착 다음 날은 엄마의 퇴원 일.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는 나를 보며 휠체어에 몸을 기대곤 환히 웃는 하얀 얼굴의 백발노인.
아이고 내 딸이구나~~
엄마! 하고는 와락 안아버리자 눈물이 흘렀다.
내 딸이 이렇게 나를 보러 오다니 엄마는 너무 행복해하며 눈물범벅의 내 얼굴을 쓰다듬으셨다.
아무도 못 알아보신다. 늘 곁에 있던 남동생도 큰딸도.
그런데 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린 나만을 알아보신다.
남동생이 엄마를 엎자 누군데 이렇게 친절하게 나를 엎어주냐며 동생에게 젊은 양반 고마워요를 연거퍼 말하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그리고
큰딸(나의 언니)이 엄마를 찾아왔고 나의 딸과 아들도 주말이라 시골집에 모였다.
엄마는 애기처럼 웃으신다. 나의 딸을 꼭 안고는 또 행복하시단다. 그리고 나의 아들을 보며 이렇게 이쁜 남자는 누구냐고 하신다. 할머니~ 저 할머니 큰손자 00이에요. 아들이 말을 해도 엄마는 끝내 나의 아들을 못 알아보셨다.
아들이 흘리는 눈물이 코를 타고 흘러내려 딸을 안고 있는 엄마의 손에 떨어졌다. 뚝뚝뚝.
엄마의 종양은 이미 뇌까지 전이가 되어 오늘내일 돌아가신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주치의는 말했다.
엄마를 씻고 닦고 눕히고 하루에도 몇 번을 반복하고 있다.
감자의 산책을 핑계 삼아 아파트 옆에 자리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비를 머금은 운동장의 흙에서 풀이 뽑힌다. 쑥~ 쑥~ 쑥
나도 엄마를 쉬이 뽑히는 풀처럼 쉽게 보낼 수 있었으면 싶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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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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