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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May 30. 2023

괜찮아. 뭐라도 되겠지.

나는 INTJ입니다.

몆 해 전부터 유행이었던 MBTI 즉 성격유형별 검사. 난 이것을 30대 중후반쯤 심리상담전문교육을 받으며 접했다. INTJ. 내향적이며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당시 사람들을 좋아했었고 일처리는 순간적으로 탁탁 튀어나오는 재치 기술 그런 것으로 마무리했던 사람이었기에 검사를 재차 하였으나 결과는 INTJ 변함이 없었다.


돌아보니 나는 INTJ가 맞았다.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혼자가 편했고 강박에 가까운 정리 그리고 늘 머릿속엔 계획을 세우고 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나를 모르고 살았던 그때. 아마도 관계에서 버려질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감추고 살았었구나 싶다. 이젠 굳이 나를 감추지 않는다. 어떤 행동도 말도. 포장하거나 더 하지 않는다. 그냥 때론 말을 안 할 뿐이다. 솔직해진다는 것이 이렇게 가벼운지 몰랐다. 관계에 있어 안달과 구걸 그리고 기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말투는 명료한 편이다. 그리고 눈빛과 표정이 부드럽지는 않다. 누군가는 그것을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해석하지만 때론 쏘아붙이거나 거침없어 배려가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깊이를 보아야 하는데 단순히 겉모습만 보는데서 오는 착오? 아닌 오해에서 온 부작용 그러니까 선입견으로 나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기질이기에 때론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성격은 외향과 달리 부드럽고 유난히 정이 많다. 유머를 좋아하고, 혼잣말도 잘하고, 흥얼대는 콧노래도 가끔은 하며,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인지 나와 한 번 맺은 인연은 꽤 오래가는 편이다.


며칠 전 대학원 동기였던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요즘 뭐 해 잘 지내고 있어?"

"그날이 그날이야. 숨통 붙어 있으니 숨은 쉬어야지? 숨이 안 끊어지니 어쩌겠어 그냥 살아야지 이런 젠장ㅎ"

"꺄르륵~ 하여간 언닌 은근히 웃겨. 첨 언닐 봤을 땐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어려웠거든 그런데 완전허당이야. 이거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야~ 그건 아우라야. 등 뒤에서 나오는 그 아우라." 우린 그날 한 시간 넘는 대화를 했다. 주제는 별거 없다. 사는 게 뭔지. 사춘기 아이들, 남편 시댁식구들. 다 거기서 거기인 대화. 난 험으로 할 누군가와 눈치와 신경 쓸 곳이 이젠 없기에 그녀의 대화를 들으며 그래~ 넌 아직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럽지는 않다. 지금의 생활이 익숙해진 지 오래이고 새로운 만남은 두렵기 때문이다. 자발적 고립상태를 행하며 난 더 나답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시끄럽고 맘이 정리가 되지 않는 요즘 나는 나만의 루틴대로 살아가고 있다. 루틴은 습관과 좀 다르다. 루틴이란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의도된 행동’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1. 눈뜨자마자 양치 후 물 한 컵 마시기 벌컥벌컥.

 2. 향기 좋은 커피 2잔 마시기 이후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대체하기.

 3. 해가 뜨겁기 전 감자와 30분의 가벼운 산책하기.

 4. 씻고 정리 후 읽고 정리할 서류와 글쓰기 그리고 책 읽기.

 5. 지인들과 짧은 안부 묻기.

 6. 더 이상 살이 찌지 않도록 몸관리 하기(음식과 술을 일단 끊어버렸다. 잠시).

 7. 눈물은 더 이상 흘리지 않기 위해 손글씨로 감정일기 쓰기.(정말 솔직하게 모든 내용을 다 적는다.)

 8. 영화 한 편은 꼭 보기.

 9. 약 제때 챙겨 먹기.

10.잠들기 전 역사와 교양 유튜브 듣기.


이렇게 정해놓고 매일 실행하려 노력한다. 사람의 성격을 단순히 몇 가지로 정의 내린다는 것은 위험? 하다는 생각이다. 타고난 기질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잠을 재우고, 노력이나 경험으로 성격은 바뀔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의 어린 시절 털털했던 성격이 지금은 바뀌었다. 조용하고 차분히 그러면서도 강하게. 이런 성격이라고 해도 힘들 땐 지쳐 쓰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맘처럼 쉽지 않은 요즘 같은 때 이 말을 혼자 중얼 거린다.


"괜찮아. 이렇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안돼도 상관없어. 하루를 잘 보내고 그것이 또 쌓이면 결국 어떤 모습이던 내 삶의 더께가 생길 테니까."


막 산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합리화도 아니다. 그저 하루를 잘 보내고 부끄럽지 않은 삶이면 되기 때문이다.

<소녀와 연꽃/응우옌상 Nguyễn sang옻칠/1972/베트남하노이국립미술관>

이 그림 속 베트남 전통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과 연꽃은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크고 굵은 곡선은 대담하면서도 시원하다. 작가는 이러한 기법을 통해 베트남 전통민화를 벗어나 현대화의 기초를 창조했으며 그동안 전쟁의 상흔과 같은 묵직함에서 벗어나 밝은 미학적 언어를 느끼도록 했다. 재밌는 사실은 베트남의 달력이나 집집마다 인테리어를 위해 이 그림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림이라 하겠다.


그림 속 여인과 활짝 핀 강함을 상징하는 연꽃처럼 그렇게 상처는 이해하고 보듬으며 내면은 강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다. INTJ의 나는.



https://youtu.be/pszVa1WX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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