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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Jul 07. 2023

기울어진 호(弧)1981.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1939~현재)에 대하여.

오늘 아침 산책은 조금 늦었다. 7시쯤 거리 풍경은 이미 운동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과 벌써 뜨거워진 햇살에 땀이 흐를 정도였다. 감자가 걷지를 않는다. 가로수밑 풀 속에는 들어가면서 거리에선 안아달라고 보채는 것이다. 좀처럼 하지 않는 행동으로 오늘은 산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땀이 흘렀다. 이럴 땐 나라도 운동을 해야지 하는 맘으로 40여분 정도 감자를 안고 파워워킹을 하고 돌아왔다. 뭐 딱히 한 것도 없는 감자는 집엘 들어서자 물을 달란다. 감자는 한 번 마신 물은 잘 마시질 않는다. 누가 공주 아니랄까 봐서.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를 따라주자 벌컥대며 먹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 마디 했다. “넌 누구 딸인데 이리도 이기적인 게냐? 대답을 해 봐” 발을 씻기고 나자마자 한국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 베트남 전화 칩으로 바꿨기 때문에 현재 한국 전화는 먹통이다. 아침부터 바빴다.

감자가 잠깐 걷던 길거리의 가드가 떨어져 나와 있는 것이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가 좋아하는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떠올랐다. 미술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현대미술의 장르는 개념미술이었다. 그중 특히 장소특정성 미술에 공을 들였었다. 작품이 미술관 즉 화이트 큐브에 갇힌 상태가 아닌 공간과 시간 그리고 작품이라는 물질이 특정장소에 함께하며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며 갇힌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작품은 숨을 쉬며 대중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회, 정치, 철학 등 전반에 대한 반발이나 시대성을 전달하는 의미를 지녔다.


공간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우리와 전혀 다른 것이 된다./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리처드 세라/철제

리처드 세라는 미국태생의 조각가로 그의 대표작이 바로 <기울어진 호/철/1981>이다. 그는 거대한 철판 조각을 베를린 시청 앞에 일부러 설치를 하였다. 넓은 광장은 작품으로 인해 공간이 분리됐으며 사람들은 이 작품 즉 철판 때문에 늘 가로지르던 길을 돌아가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는 시청관계자와 협의 후 십 년 가까이 이 설치작품을 두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것과 광장의 공간분리와 단절로 인해 사람들의 항의는 빗발쳤고 결국 1989년 작품을 철거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이다. 우리는 마음에 빗장을 치고 상대를 대할 때 소통이 되지 않는다. 단절로부터 자유롭고 유연해야만 함께라는 것이 가능하며 작품이 철거된 후 시청광장이 온전히 넓은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여유?를 갖게 되는 것처럼 마음의 빗장을 걷어 내야만 진정한 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작품이라고 해도 대중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화이트 큐브 속에 전시된 수많은 현대미술 속 작품이 갖고 있는 난해함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울어진 호/리차드 세라/철제/1981/베를린 시청

점선면과 같이 극도의 절제로 시작한 미니멀리즘에서 시작된 장소 특정적 미술은 작품이 어느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짐을 의미한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와 무리에 있느냐에 따라 개인 즉 우리의 가치나 삶의 의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무의미하거나 가치가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꼼꼼히 그 내면을 확장성과 거시적 시안으로  들여다보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각의 한 부분인 장소 특정적 미술이 지닌 축약시킨 가치이자 의미라 말하고 싶다.



https://youtu.be/k4 V3 Mo61 fJM

Coldpaly/Fix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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