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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Jul 19. 2023

나의 엄마에게

성필립생태마을을 다녀오는 길에서 만난 엄마.

하늘과 구름 그리고 꽃을 사랑하던 나의 엄마!

미안해.


내가 없는 사이 쏟아지는 폭우와 뜨거운 태양에 달구워진 엄마를 지켜주지 못해서.

엄마가 뜨거운 불이 싫다고 절대 화장하지 말라고 했던 그 약속 지키지 못해서.

나를 왜 이렇게 밖에 낳지 못했냐고 소리쳐서.

나는 왜 이 비루한 목숨을 놓지도 못하고 언제까지 살아야만 하는지 물어봐서.

나는 왜 내 뜻대로 하는 것이 모두 엉망인 건지 그리고 왜 나만 이렇게 나약하게 낳았는지 물어봐서.

그 넓은 들판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 자리한 엄마를 붙들고 혼자 목놓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서.

나는 애쓰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 애써야 하는 일들이 생겨. 엄마 그 약속 못 지켜서.

나는 왜 늘 가족들 사이에 모자란 사람이 됐을까? 나는 잘나지는 못했지만 나 자체로 인정받고 싶었어. 그런데 나는 늘 골칫거리이기만 해, 이 나이가 먹도록 그래서 또 미안해.


엄마!


나는 이제 나의 인생을 살고 싶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잘 살고 싶어. 행복하게.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게 소중한 이들에게.

탈진해 웅크리고 누워 있는 등에 감자의 온기가 느껴져. 그래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누군가는 고급품종도 아닌 감자를 왜 애지중지하냐는 말을 했어. 그건 내게 사람이 채워주지 못하는 사랑이란 걸 주는 존재란 걸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였어. 그래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슬펐어. 내가 인정과 이해를 받고 싶었던 이었기 때문이야.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란 걸 알면서도 참 슬프더라. 실컷 터져라 울고 나니 오늘 엄마가 내게 무엇을 바라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됐어. 고마워. 내가 엄마를 찾아가길 잘했지?


엄마 사랑해.


내 품에서 엄마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나는 다 전했다고 생각했었어. 그 사랑한다는 말. 내 엄마로 태어나줘서 고마웠다고. 엄마가 내 목소리를 듣고 흘리던 마지막 눈물을 닦아주던 그 순간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했었어. 돌아보니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수 백번을 해도 모자란 말이었어. 이기적이고 못된 딸이지만 후회 없는 선택으로 살아볼 거야. 이제는. 내 뜻대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고마워.


오늘 나에게 위로를 주어서. 사랑을 주어서. 그리고 엄마는 내편이어서.

 

종교는 없지만 가끔 찾아가는 성당. 엄마와 나를 위해 성모님께 기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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