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내 뜻대로 하는 것이 모두 엉망인 건지 그리고 왜 나만 이렇게 나약하게 낳았는지 물어봐서.
그 넓은 들판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 자리한 엄마를 붙들고 혼자 목놓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서.
나는 애쓰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 애써야 하는 일들이 생겨. 엄마 그 약속 못 지켜서.
나는 왜 늘 가족들 사이에 모자란 사람이 됐을까? 나는 잘나지는 못했지만 나 자체로 인정받고 싶었어. 그런데 나는 늘 골칫거리이기만 해, 이 나이가 먹도록 그래서 또 미안해.
엄마!
나는 이제 나의 인생을 살고 싶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잘 살고 싶어. 행복하게.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게 소중한 이들에게.
탈진해 웅크리고 누워 있는 등에 감자의 온기가 느껴져. 그래서 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누군가는 고급품종도 아닌 감자를 왜 애지중지하냐는 말을 했어. 그건 내게 사람이 채워주지 못하는 사랑이란 걸 주는 존재란 걸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였어. 그래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슬펐어. 내가 인정과 이해를 받고 싶었던 이었기 때문이야.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란 걸 알면서도 참 슬프더라. 실컷 터져라 울고 나니 오늘 엄마가 내게 무엇을 바라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됐어. 고마워. 내가 엄마를 찾아가길 잘했지?
엄마 사랑해.
내 품에서 엄마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나는 다 전했다고 생각했었어. 그 사랑한다는 말. 내 엄마로 태어나줘서 고마웠다고. 엄마가 내 목소리를 듣고 흘리던 마지막 눈물을 닦아주던 그 순간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했었어. 돌아보니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수 백번을 해도 모자란 말이었어. 이기적이고 못된 딸이지만 후회 없는 선택으로 살아볼 거야. 이제는. 내 뜻대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