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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Jul 31. 2023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작은 행복과 희망에 대하여

요즘 계속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어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 그림에 관련된 글을 쓰던 도중 한국으로 돌아와 운동을 게을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는 뜨겁지만 감자를 배낭에 메고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찾았다. 걸어가는 길 땀이 흐르지만 기쁘다. 마트에 도착하여 카트를 빼려는 순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이고 이 더운데 너도 고생이 많구나."

뒤를 돌아보니 마트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60대의 남성분이셨다.

"아~ 네. 좀 힘들긴 할 거예요."라고 대답하자

"이쁘기도 해라"하시며 감자의 머리를 쓰담쓰담하신다.

"저 아저씨 죄송한데 저희 애기 배낭 지퍼 좀 잠가주시겠어요. 배낭을 내리려니 좀 힘드네요"

"그럼 그러지 뭐. 그럼 숨구멍을 좀 남겨 둬야겠구나"

"죄송한데 전부 다 채워주세요. 마트 안에서 애기가 밖으로 나올까 봐서요"

"그러지 그럼"  "감사합니다~~"

마트 안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 배달을 위해 밖으로 나와 박스에 생필품을 담으며 포장을 하고 있는 사이 다시 나를 찾아온 아저씨.

"애기야 너 물 좀 마셔. 그 안에서 얼마나 갑갑했겠니?"

"아~ 감사합니다. 감자야 물 마실까?"

아저씨의 호의에 감자는 대꾸가 없다. 물을 안 마시는 것 아닌가!

"아저씨 저희 애기가 목마르지 않나 봐요.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니까 몸 조심하시고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집으로 다시 걸어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강원도와 접경 지역에 있어 이곳의 사람들의 말투는 북한 말투와 비슷하며 기질도 좀 차갑고 투명스럽다 그러나 속은 따스하다. 아직은 인정이 많은 이 지역 사람들.

집에서는 종일 떡실신이던 감자! 산책을 나오면 표정이 바뀐다. 어제저녁 산책 중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종사촌언니 딸의 카페에 들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기 위함도 있었지만 조카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

"00아~~ 이모 왔어"

"어~ 이모 이 더운데 어딜 걸어갔다 와?"

"응 자꾸 살이 다시 찔려는 것 같아서 운동삼아 마트 다녀왔어. 이모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 아웃 부탁해요 사장님~~"

"이모 잠깐 기다려요." 커피를 내리면서도 조잘조잘 댄다. 마흔이 다 된 조카이지만 내게는 그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만 보인다. 이십 대 후반 호주로 떠나 혼자 생활하며 강하고 이쁘게 잘 자라준 나의 조카가 나는 늘 이쁘다. 얼굴만 이쁜 것이 아니라 마음 씀씀이까지.

"어~ 이모 감자가 있었네? 못 봤어."

"응 감자 데리고 산책 겸 이모 더워 빨리 커피 내놔"

"히히~ 여기"하며 커피를 건넨다. 조카가 하는 카페는 이 지역에 유일하게 하나뿐인 호주커피 전문점이다. 조카의 영어실력 때문인지 이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카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모 아침은 먹었고?"

"아니 살쪄서 이모 아침 안 먹어 식단 관리 중이잖아"

"뺄 살이 어디 있다고 자~ 여기 이거 커피랑 같이 드셔용~~" 하며 케이크를 한 조각 건네준다.

"에구 이제 다 컸다고 이모 챙기는 거야?"

"이모 더워 얼른 가서 씻고 빨리 드셔~"

"그래 고맙다. 그리고 00아~~ 너 이쁘게 잘 커줘서 그게 더 고마워~ 뭔 말인지 알지?"

조카는 히히 웃으며 나를 배웅해 주었다.

조카가 건네준 커피와 케이크. 나의 노트북은 요란하다. 십년가까이 사용했지만 아이들에겐 좋은제품을 주면서도 정작 나의 물건을 바꾸는건 쉽지 않다.

집으로 돌아와 감자의 발을 씻기며 생각해 보니 작은 행복은 주변에 널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거부하고 온종일 집안에 박혀 세상을 등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는 셋째이모네 작은오빠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에만 있으면 더 외로워져 그리고 쓸데없는 생각만 들고. 그러니까 밖으로 나가 자꾸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 그래야 너 건강해진다.'라는 내용과 함께 오빠의 취미인 색소폰으로 연주한 해바라기 꽃이라는 파일을 보내주었다.


어린 시절 나의 아이들. 둘은 헷갈릴 만큼 닮았다. 마냥 이쁘다.

감사하고 고맙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끔 실수도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가족들은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믿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실수가 반복이 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므로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


선입견이라는 선을 그어 놓고 그것이 마치 세상의 모든 잣대인냥 O와 X로만 구분 짓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나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나의 가족들은 그 위험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한 이들의 나의 가족이라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아이들과 감자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나의 삶이 풍부해질 수 있도록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아직 세상엔 따스함이 더 많다는 사실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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