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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Nov 13. 2019

사부작 사부작2.

김용택-연애시집 중에서.


빈 들




빈 들에서

무를 뽑는다.


무 뽑아 먹다가 들킨 놈처럼

나는

하얀 무를 들고

한참을 캄캄하게 서 있다


때로

너는 나에게

무 뽑은 자리만큼이나

캄캄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이다. 어둔 저녁 빈들에 서 본 사람이라면 그 해질녁의 캄캄함과 무를 땅에서 잡아 쑥 뽑아낼 때 손 끝의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가끔 세상은 나에게 무 뽑은 자리만큼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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