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와 본능의 외침.

카렐아페의 "와, 와, 만세!"

by Celine

카렐 아펠(Christiaan Karel Appel, 1921–2006)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벽화가, 판화가이다. 그는 강렬한 색채와 에너지가 넘치는 붓질, 그리고 아이들과 괴물, 환상적 동물들의 그로테스크(grotesque)한 형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아펠의 예술 세계는 1948년 결성된 유럽 미술 운동 ‘코브라(COBRA)’ 그룹을 통해 본격적으로 꽃 피우기 시작했다.

코브라 그룹의 명칭은 코펜하겐(Copenhagen)의 ‘Co’, 브뤼셀(Brussels)의 ‘Br’, 암스테르담(Amsterdam)의 ‘A’에서 따온 것이다. 이 그룹의 회원들은 암스테르담과 파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덴마크에서는 자신들만의 간행물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기존의 형식적인 예술에서 벗어나 본능과 즉흥성을 중시하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을 추구하였다.

아펠이 회화에서 중시한 것은 정치적 해석이나 이념적 메시지보다는, 그림 자체를 통해 자아를 표현하는 일이었다. 그의 작품은 강력한 구조감과 격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며, 코브라 그룹의 이미지들은 선사시대 미술이나 원시미술, 민족 미술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환희에서 공포에 이르는 인간 감정의 스펙트럼이 담겨 있으며, 이는 관람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미개인처럼 그림을 그린다면, 그것은 내가 미개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유화 방식은 어두운 색으로 밑 칠을 하고 그 위에 원하는 색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아펠 역시 검은 배경 위에 채도가 높은 색을 입혀 캔버스를 채우지만, 그의 색은 단순한 색채가 아닌, 자유롭고 강렬한 감정의 발현이다. 그의 그림은 무게감과 함께 선명하게 다가오며, 보는 이에게 격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아펠의 작품 <와, 와, 만세(1949)> 속 인물들은 왜 "와, 와, 만세"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두꺼운 붓질과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무리를 지어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춤을 추고 있다. 가면을 쓴 인물들은 상상 속의 동물과 같은 모습으로, 고뇌와 환희 사이를 떠돌고 있다. 이들의 형체는 모호하며, 얼굴은 뭉개져 있다. 눈동자 표현은 특히 인상적인데, 어떤 이는 커다란 눈이 뻥 뚫려 있고, 또 다른 이는 흰자위만 남은 채 공허하게 바라보고 있다.

<카렐아펠/Marry me again/146x114cm/oil on canvas/1963>

인간은 누구나 본성을 지닌 존재이다. 이는 성악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도 동물처럼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존재이기에 현재의 사회적 조건 속에서 본성을 억누르거나 드러내며 살아간다. 종전 후 많은 유럽인들은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었다. 자유와 평등, 안락한 삶에 대한 희망이 넘쳐났던 시대였다. 그러나 현실은 늘 상상과 괴리를 지니며, 그 틈에서 사람들은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 아펠은 현실의 아픔을 잠시 잊고 상상의 세계에서 기쁨을 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변화된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삶을 화려하게 꾸몄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흐름에 순응하며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 살아갔을 것이다. 이처럼 ‘삶’이란 때때로 얄팍하고, 때로는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코브라 그룹은 이성과 질서보다는 본능과 감각을 신뢰하며, 추상과 구상이라는 양극의 논쟁에서 자유롭고자 한 예술가들의 모임이었다. 그래서 아펠은 이성과 디자인보다 에너지와 즉흥성을 중시하며, 추상이면서도 구상적인 이미지를 창조했다. 그는 <와, 와, 만세>를 통해 인간의 순수함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본능과 야성을 함께 표현해내고 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미국식 미술과는 다른 양상으로 앵포르멜(Art Informel)이라는 미술 경향이 유행하였다. 앵포르멜은 ‘비정형’ 또는 ‘부정형’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기하학적 추상과 아카데믹한 형식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계획된 구성 대신 자발성과 주관적 감정 표현을 중시하는 예술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견줄 수 있다. 유럽의 앵포르멜은 채도가 높은 원색과 동화적인 인물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방식이 강했던 반면, 미국의 추상미술은 신체적 퍼포먼스나 정신분석학에 기초한 접근이 특징이다.

아펠의 그림을 마주할 때면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몸은 아이였지만 정신은 어른이었던, 그 시절의 나는 ‘어른 아이’였다. 철이 너무 일찍 들어 부모님께 투정 한번 부리지 못했던 나. 그러나 누구보다 고집은 셌던 그 시절의 나. 왜 나는 어린 시절에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야 했을까? 스스로 던지는 이 질문은 종종 나를 우울의 구덩이로 밀어 넣지만, 이제는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전쟁의 상흔을 입고 아이가 어른처럼 살아야 했던 아펠의 시대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저 가엾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아펠의 인물들처럼 외치고 싶다.

"와, 와, 만세!"

그 외침은 단순한 기쁨의 표현이 아니라, 억압을 벗어난 자유와 생존에 대한 찬가일지도 모른다.


2025.5.30. 바람이 좋은 날 저녁 감자와 사랑을 나누며. 어제 선거장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반갑지 않은 손님(공황)은 하루를 힘들게 했다.



https://youtu.be/K2r9QjRpdJ0?si=TaehTJ7si24qAegh

<Scorpions/Wind of Change> 세상의모든 존재의 평화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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