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서너 번은 꼭 다녀갔던 도시 강릉! 이 도시의 매력은 푸르면서도 맑은 도랑물 같은 동해바다와 깊고 우거진 송림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도시에 올 적마다 괜한 동경?을 품곤 하였다. 꿈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것인가? 몇 년 전 이 곳에 새로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지 도통 헷갈린다. 아파트는 회사에서 지정해 관리하시는 분이 다 정리해 주신다 고맙게도.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요즘 이 곳을 찾는다.
아파트 현관문 앞 주렁주렁 달려 나를 유혹하는 감들.
가지가 무거워 휘어질 대로 휘어졌지만 누구도 감을 쳐다도 보지 않는다. 지난번 방문 때 박스 하나와 큰 쇼핑백으로 가득 따서는 부모님께 가져다 드렸었다. 그러나 웬걸! 다시 찾은 사이 그 감은 지난번 내가 두고 간 모습 그대로였다. 관리 아줌마가 그러신다."아이고 그게 너무 높아서 따기가 마이 힘드러요. 곧 추워져요. 그거 다 따가 주고 가세요" 아구 반가운 소리. 식탁의자를 가지고 내려와 영차 으차 아무리 따려고 해도 적지 않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손은 감에 닿지를 않는다. 도구를 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러나 나에겐 맨손이라는 도구밖에 없다. 가까스로 몇 개를 따아 차에 실어 두고 그냥 파아란 하늘 사이로 보이는 붉은 감을 쳐다만 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