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죽헌 입구의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실은 동양자수박물관을 찾아왔던 길이었다. 예전에 그곳에 있던 큐레이터는 나에게 자신의 박물관 엽서에 예쁜 글씨로 새해 안부를 전하곤 하였었다. 한동안 그녀와 연락이 끊기고 오늘 찾아간 박물관에 그녀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러게 하는 맘과 서운한 맘을 안고 카페를 찾은 것이었다.
<실 패와 바늘 주머니/동양자수박물관소장>
<담배 주머니/동양자수박물관소장>
차를 마신 후 조금 걸어 나와 오죽헌 입구를 바라보는 순간 나의 눈에 들어온 상징물. 공사인부들은 트럭과 지프차를 세워두고는 그 상징물을 세우느라 바빠 보였다. 저게 뭐람? 순간 몸이 낙석을 피하듯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이다. 그 흉물스러운 돈을 보고 싶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공공미술이란 대중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즉 그 대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상징성 그 자체인 것이다. 도시의 상징 또는 관광지의 상징 그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 주로 공공미술은 시나 단체 또는 국가의 세금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공공미술은 지역의 작가나 공고를 통해 선정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기 오늘 오죽헌 입구에 설치되고 있던 이것. 돈이라는 상징물이 국가를 대표하는 역사적 상징 건축 입구에 국민의 세금으로 설치될 가치가 있을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돈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역기능을 생각한다면 기암을 토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이 역사적으로 중요 인물임은 이해하나 자본의 상징인 돈을 실사 그 자체로 세워 둔다는 것에 대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을 묻고 싶다. 세계 어디에서도 돈을 상징물로 세워 둔 곳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을 뿐더러 그것이 상징물이 된다면 그 곳이 아무리 중요한 지역이라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찾아갈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