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이중섭/26.5x21cm/종이에 잉크,색연필/1954.11./국립현대미술관>
<부부/이중섭/은지화/1950년대>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이 합쳐진 것 같은 '은지화'는 못이나 송곳으로 종이를 긁고 그 위에 물감을 바른 후 닦아내면, 긁힌 부분에만 물감이 배어 평면이면서 입체적 효과를 주는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칼끝으로 재현한 생생한 선묘가 살갑다. 이중섭의 은지화 탄생배경에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가난한 중섭에게는 그림을 그릴 종이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중섭의 눈에 띈 유일한 종이 즉 담뱃갑 안쪽에 담배를 감싼 종이(은색종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섭이 가난과 병마와 싸우는 가족을 일본으로 보낸 후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제작한 은지화가 현재 약300여점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중섭의 은지화 전시회가 개최되자 수 많은 미술평론가들은 중섭의 새로운 화풍에 주목하며 찬사를 보냈었다.
중섭의 그림은 '그리움'이다. 가장으로써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사랑하는 아내에게 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의 그리움. 그 그리움의 감정을 인간의 원초적 감정으로 이해한 중섭은 인간 태초의 모습인 나체로 인물을 표현하였다. 작품<부부1950년대>에서 보여지듯 아주 간결한 선의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섭)의 눈빛과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은 아내를 더 없이 사랑하는 모습이다. 중섭이 살아생전 가족과 생이별을 한 후 그 짙은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혼자 남아 있는 외로움은 그의 일반적 회화보다는 은지화에 더욱 생생히 나타난다.
첫눈이 내린다. 사랑하는 커피를 사러 병원이 자리한 길 건너 카페를 다녀왔다. 신호등에 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어~ 그러고보니 나를 면회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네 이런~~ AEC 이 차가운 대로보다 내 마음이 더 차갑구나. 불쌍한 셀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병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