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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Jan 15. 2020

별다방 이야기.

혼자 앉아있다. 졸린다 꾸벅꾸벅

오늘 글을 쓸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예약이 있어 다시 서울이다. 오전 일을 보고 나니 다음 예약까지 시간이 조금 비어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려니  귀찮다.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시간은 흘러 버리니까. 지금 나는 별다방.


오늘 아침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베니스가 가뭄으로 물이 없단다. 곤돌라도 못타구 어쩌지ㅜ"

"사모님~베니스??? 팔자 좋은 소리하구 있네. 세상이 미치니 자연도 당연히 미쳐버리는게지! 만약 지구의 중력이 사라져 내가 정말 운이 좋다면 난 날아다니는 그리스 기둥을 붙들구 있을라구.ㅋㅋ"


요즘 나의 친구는 매일 여행 이야기에 흥분된 상태이다. 함께 가자. 마일리지 써 버리자. 기타 등등.


생각해보니 여행을 다녀온 지 3년 정도 되었다. 신발 벗고 뱅기타는거야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만 같다. 나의 여행 취향은 깃발여행 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혼자 숙소를 구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 흥분됨. 때로는 지도를 잘못 보아 이상한 거리에 들어갔다 섬뜩한 기운에 도망치듯 뛰어나왔던 기억도 있다.

별다방 생일쿠폰 써 버리자ㅎㅎ

가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런던에 있을 때이다. 나는 아이들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 밖 벤치에 앉아 흐르는 템즈강을 보며 귤을 먹고 있었다. 한 청년이 다가온다. 커다란 베닝을 맨 청년은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작은 키에 다부진 눈빛, 때가 탄 노오란 반팔 셔츠.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저~~ 기 한국사람이시죠? 제가 지금 배가 너무 고파요." 딱 보니 배낭여행 학생 같아 보였다. "여기 샌드위치라도 먹을래요"하며 귤과 함께 건네자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고는 말을 한다. 혼자 왔단다. 단돈 50만 원을 들고 유럽을 일주 중이라고. 나는 그에게 가격이 저렴한 주변의 샌드위치 가게와 여러 정보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청년은 나의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며 세인트폴 성당 쪽으로 떠났다.

"너희들은 참 좋겠다. 엄마가 이렇게 유럽도 보여주고. 꼭 하고 싶은 일하며 착하게 살아라~"

한참 전 일이건만 그 청년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청년은 지금쯤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생을 살아갈 것 같다. 힘들게 고생하며 얻은 경험 그리고 그 속에서 살기 위한 요령?과 방법을 잘 터득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지내나요? 청년아~~

어린 시절 소풍 전날 밤의 들뜸을 느껴 본 지 오래다. 세월이 아니면 내가 스스로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그 열정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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