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엄마인 나를 스무 살의 내가 만난다면

by 온우

오랜만에 대학 친구와 학교 교정에서 만났다. 20살부터 우리의 대부분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곳이라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았다. 졸업을 하고 난 이후에도 10년이 넘게 그대로 운영하시는 단골이었던 떡볶이집, 카페에 앉아있자니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대를 돌이켜보면 그리운 마음이 든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경험들에 반짝였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실하게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대학 생활은 새로운 세계였다. 자유롭게 수업 시간표를 선택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도 벌 수 있고, 긴 방학에는 스스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선택권이 주어졌다. 나의 진짜 인생은 20살부터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공부에 갇혀있을 때 알지 못했던 세상을 비로소 경험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인지 학교 앞 카페길을 걸을 때에도, 자주 수업을 듣던 강의동 건물을 지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느꼈던 설렘과 기존의 세계를 깨뜨렸던 배움의 흥분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학교는 나의 가치관의 팔 할은 만들어주었고 지금도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대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질문에 나랑 친구는 이구동성으로 절대 아니라고 답했다.


23살 때쯤이었던 대학교 4학년 시절에 학교에서 사업적으로 성공한 선배님께 멘토링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선배님이 대학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자 어떤 멘티가 '선배님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가 제일 좋으셨어요?'라고 물었다. 우리는 당연히 대학생이었던 20대의 어느 시절을 말씀하실 줄 알았다. 그에 선배님은 "30대 중반쯤이 제일 좋았지."라고 답하셨고 다들 어리둥절해하며 20대는요? 하며 물었는데, 선배님은 웃으면서 20대로는 안 돌아간다고 하셨다. 30대 중반에는 커리어도 안정되고 적당히 돈도 있고 아직 젊고,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일 좋았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의외의 대답이었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러던 내가 선배님이 이야기하셨던 그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다.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에 친구가 내가 공감하는 건 그때는 너무도 치열했기 때문이었다. 가진 것은 없었고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그때를 떠올리면 그리우면서도 먹먹해졌다. 자유롭다는 건 그만큼 앞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뜻했고, 매일같이 '나의 꿈' 같은 걸 찾아보려고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허우적대었다. 학교 도서관에 가는 길목에만 서있어도 그때의 방황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떠올랐다.


30대 중반이 된 우리는 이제 금전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친구와 가진 것 없었던 20대의 여한을 풀어보자며 소소한 사치를 부렸다. 가진 돈을 계산하며 겨우 치즈사리 하나를 추가했던 떡볶이집에서 오늘은 먹고 싶은 사리를 잔뜩 주문하고 볶음밥까지 2인분을 시켰다. 가고 싶은 카페가 많다며 음료를 2잔씩 마시고, 이 정도는 살 수 있다며 쇼핑도 했다. 좋아했던 학교 공원이나 동아리방을 기웃거리면서 예전의 감상에 젖어보기도 하고, 벽보에 있는 교환학생 홍보글에, 해외봉사 소개글에 대학시절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해보기도 하다가 이내 우리는 내일 돌아갈 직장이 있음에 안도했고, 가까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2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떠올려본다. 34살이라는 까마득한 나이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지.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내 모습은 더더욱 그려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삶이 버거울 때도 있고, 잘 쌓아놓은 경력을 내려놓고 새로운 직업을 찾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딛고 설 수 있는 뿌리가 있다. 평생을 함께 하고자 약속한 짝꿍이 있고, 내가 꾸린 나의 가족이 있다. 과거의 나는 뿌리내리고 사는 삶을 곤혹스럽다 생각했을지 모르겠으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삶이 행복하다. 나를 살게 한다. 그래서 지금의 삶이 좋다.


과거의 나와 조우하고 돌아오면서 다시금 현재의 행복을 깨닫는다. 20대는 20대 만의 즐거움이 있었고, 30대는 30대 만의 행복이 있다. 적어도 20대의 나는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가득해내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와 함께하는 삶 또한 후회가 없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를 갖기로 한 결정에, 그리고 예쁜 아기가 내게 찾아와 건강히 함께하고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40대의 나의 삶도 또 다른 모습으로, 지금의 내가 상상하지 못할 경험과 감정들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하면, 시간이 흘러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퍽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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