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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Sep 08. 2022

사력

사력을 다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는가?


어디서 주워들은 단순한 질문에 꽤 생각이 많아졌다. 대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사력을 다해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이룬 일이 내 인생에 별로 없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 그렇게 간절했던 것이 있었나. 에니어그램 9번, ENFP 혹은 INFP라는 인간 유형에 속하는 나는, 되는대로 눈에 보이는 것 중 편한 것을 선택하지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어떤 것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양보할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 그렇기에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이룰 일 따위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유의 인간들은 보통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 그 하고 싶은 게 다행히 내가 가는 길과 잘 맞아서 스트레스 없이(물론 아주 없지는 않다) 즐겁게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주 가끔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의지를 사용해서 열심히 해야 할 때도 있다.(이를테면 영어 공부, 수영, 다이어트, 달리기, 짝사랑...??!!)  그리고 이런 것들은 나의 기호와 상관없이 한 번 정도 죽을 힘을 다해 덤벼 들어야 넘어서는 것들이기도 하다.(이건 짝사랑 제외) 


마흔이 넘도록 이렇게 잘 살았는데, 큰 문제 없이 그럭저럭 분위기 해치지 않고 잘 버텼는데, 이 재미없는 것들은 또 예고 없이 불쑥 나를 찾아오고야 말았다. 보통 때 같으면 피해 갔을 텐데 평생을 피해 다니는 것도 이제 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까지 도망 다니기도 그렇고,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그래 한번 해보는 걸로 하자.


마음을 잡아드니 조금은 편안해졌다. 스케줄러에 따로 시간도 빼두고, 의미 없이 죽이는 시간들도 다시 체크하기 시작했다. 잠도 좀 줄여야 할 것 같고, 노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평생에 몇 번 없었던 '사력'을 다해 이번엔 한번 넘어볼 양이다. 이렇게 크게 써 붙여놔야 중간이라도 가겠지.


어 나 지금부터 영어공부 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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