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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r 29. 2023

그들의 방법으로 다가가세요

카톡안내와 SNS 홍보전략이 잘못된 이유

여러분의 첫 사무실은 어땠나요? 사실 전 초년생 때 전화받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00 복지관 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름 친절하게 받는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퉁명스럽냐고 혼나고, 이따금씩 네 이름은 왜 말하지 않냐고 혼나고, 전화 돌리다 다른 번호를 눌러 끊어버렸다고 혼나고. 네 저도 무척이나 혼났습니다. 전화뿐 아니라 5분이 멀다 하고 복지관 현관을 밀고 들어오는 분들께 인사 안 한다고도 꽤 많이 혼났습니다.(아니 어떻게 매분 들락거리는 문에 반응을 하냐고요, 나도 일이라는 걸 해야지!!)

이 전화에 얽힌 일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미팅을 약속한 클라이언트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았죠. 스케줄을 잡아준 직원에게 부탁했습니다.


-00님, 오늘 약속한 00님 지금 어디쯤인지 확인 좀 해주실래요?

-네


(10분 후)


-00님, 혹시 ㅁㅁ님은 어디쯤이시라던가요?

-아 카톡 보냈어요

-네 답은 왔나요?

-아 다시 연락해 보겠습니다


(또 10분 후)


-00님, 혹시 아까..

-답이 없으세요

-전화를 하면 안 돼요?

-아 그게.. 그럼 문자메시지를 보내겠습니다

-아.. 아녜요. 그럼 제가 연락해 볼게요


다행히 통화가 됐고, 즉시 사무실로 오셨습니다. 깜빡하고 계셨더라고요. 카톡은 원래 잘 안 보신다고. 미팅이 끝나고 00님을 불렀습니다.


-00님, 아까 혹시 전화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나요?

-그게.. 전화가 좀 어색해서요.

-흠.. 콜포비아라는 게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은 있는데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저도 좀 당황스럽긴 했는데.. 그런데 00님 저희 클라이언트 들은 대부분 어르신이라 카톡이고 문자 같은 거 잘 안 보세요. 그러니 가능하면 전화로 소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어르신들이라 약속도 자주 잊어버리시니 이런 부분도 몇 번씩 크로스 체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후 실제로 몇몇 직원들을 인터뷰해 보니 '통화하는 게 어색하고 어렵다'는 응답이 꽤 많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카톡으로 소통하는 버릇이 되어서 직접 전화를 주고받는 게 힘들다고. 배달도 전화로 시키는 게 무섭고 어색하다는 분도 계셨어요. 자기한테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싫고. 

이게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 다들 그렇다니 그거야 이해한다 치더라도 저희 업이 주로 사회적 약자,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불편하더라도 앞으로는 클라이언트와 소통 시 가급적이면 어르신들이 익숙한 전화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비단 이 일뿐 아니라 우리는 꽤 많은 곳에서 이러한 경우를 만납니다. 

늘 우리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소통하려 하죠. 심지어 그것이 소위 핫하거나 트렌드에 앞서는 느낌이 들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복지관 프로그램의 대상자를 모집할 때의 일입니다. 사회복지사 A님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미리캠버스, 망고보드를 활용해 예쁜 광고포스터를 만들었죠. 지난달에 이거 배우겠다고 꽤 큰돈을 들여 교육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 포스터를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SNS에 올릴 거라고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네 어르신들 누구도 그 포스터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인스타를 하지 않으니까요. 정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그 광고를 보고 싶게 했다면 큰 글씨로 전단을 만들어 동네 아파트 단지에 붙이라 슈퍼비전 주었습니다. 그거 너무 구시대적이고 뒤떨어진 방법이 아니냐고요? 글쎄요. 구시대적인 건 뭐고 뒤떨어진 건 또 뭘까요? 당신은 그걸 정의할 수 있나요?


그렇게 전단지를 뽑아 들고나간 지 한나절, 단지 경비아저씨와도 안면을 트고 놀이터에 앉아 햇볕 쬐고 계신 어르신들과 인사도 하고 노인정을 지나며 말도 한번 붙이고 대상자는 하루 반 만에 꽉 찼습니다. 예전 과외광고 기억나시죠? A4 아래 전화번호 적어서 잘라 하나씩 찢어가게 하는 거. 네 문의전화도 빗발쳤고요. 어르신 프로그램 모집은 이렇게 하는 거죠.


사용자 친화적 관점. 이건 비단 개발자들만의 언어는 아닐 겁니다. 우리의 프로그램, 우리의 캠페인을 접하는 이들이 가장 쉽게 이해하고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에 우리가 알리고자 하는 것들을 가져다 두는 것. 입장을 바꾸어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이 관점을 바꾸는 거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의 관점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우리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접근하지 못하는 카톡, 접근하지 못하는 SNS에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다 두어도 결국 헛수고 일 뿐이라는 겁니다. 저는 당신이 이 관점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빠르고 핫한 거는 그냥 빠르고 핫한 일에 두면 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아! 그 친구는 그렇게 전화한 지 한 달여만에 콜포비아는 치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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