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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Jun 15. 2023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것이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AI쇼크, 다가올 미래> 모 가댓 

1. 20년도 더 된 일이다. <철학의 이해> 과목 중 꽤 치열했던 토론 주제가 ‘컴퓨터도 생각할 수 있는가?’였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0과 1의 연산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코드는 인간에 의해 작성된다. 따라서 컴퓨터가 다양한 0과 1을 조합하여 인간은 상상할 수 없을 속도로 연산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명령을 내리는 인간이 없다면 그는 행동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컴퓨터가 똑똑해 보여도 그는 오직 연산만을 수행할 뿐 결코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일이나 예술 같은 건 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20년 전의 보편적인 인간의 사고였다.

2.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일은 어쩌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016년 세상이 뒤집어 질 일이 벌어졌다. 인간이 주입한 코드가 아니라 인터넷을 떠돌며 인간의 모든 것을 학습하여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간다는 인공지능 즉 AI가 등장했다. 알파고라 불리는 녀석은 16만 건의 기보로 바둑을 배웠고, 인공지능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진 바둑에서 인간계 바둑 1위인 이세돌 9단을 이겨 버렸다. 인간이 한 판이라도 이긴 게 다행 엇던 걸까. 그 후 1년, 알파고 2.0은 기보 없이 스스로 바둑을 배워 2017년 중국의 커제 9단을 3연승으로 눌러 버리고 쿨하게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인간은 AI에게 바둑을 이길 수 없다. 아니 바둑 뿐일까.

3. 개인적으로 소비자 집단과 모델을 AI가 찾아주는 머신러닝을 구현하기 위해 파이썬을 익히는 중이다. 어려운데 꽤 재미있다. 파이썬은 내가 상상하던 모든 것을 인터넷 안에서 구현한다. 서치, 데이터 수집 같은 단순 작업의 소위 ‘그런 것부터 배워야 한다’며 후배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이썬을 다룰 줄 안다면 이런 일들은 앞으로 현저히 줄어들 것 같다. 심지어 컴퓨터는 실수하지 않는다. 아직 정확한 모델을 만들거나 레퍼런스를 찾지는 못했지만 AI가 분석해 준 이상적인 소비자 페르소나와 그가 찾은 소비가 가장 많을 것 같은 집단을 타게 화 하고, 판매전략을 세우는 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구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AI는 감정에 휩쓸린 인간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4. 나 같은 사람도 머신러닝을 실험하는데 개발자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의 인공지능 앨리스는 보름 만에 폭력을 찬양하며 스탈린주의 AI가 되었고, MIT가 운영한 노먼은 사이코 패스 AI가 되었으며, 협상을 학습하던 페이스북 챗봇AI 밥와 엘리스는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대화하다 셧다운 당했다.(물론 페이스북은 공식적으로 이는 인공지능들 사이에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며 셧다운 시킨 이유는 보상 기능이나 페러미터를 변경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물론 AI가 다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의 좋은 사례들은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만나고 있다. 

5. 구글 X의 총 개발 책임자가 쓴 책은 이런 AI의 명과 암을 정확하고도 세세하게 책에 기록하고 있다. 종말론이나 음모론에 휩싸인 이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 대부분 부정적이다. 하지만 그는 그는 AI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묵시록적 견해와 희망적인 견해를 둘 다 균형 있게 제시한다. 

6. 두 가지 견해를 심도 있고 파헤치고 난 그의 결론은 ‘모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지금도 인류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결국 인간이 멸망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도달해 전 세계의 모든 핵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고, 이들을 인류를 위해 암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이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그는 말한다.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우리에게 달려있다.

*2055년 저자는 황무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앉아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 휴가를 즐기는 것일까, 인공지능의 공격을 피해 도망친 것일까? 그 답은 우리에게 있다.(p.383)

가볍게 읽기도, 무겁게 읽기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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