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시피> 최진우 저
제목 그대로 칼럼을 쓰기 위한 레시피 같은 책이다. 물론 모든 글은 펜을 들고 종이에 쓰면 된다지만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해야 할지 그 펜을 처음 잡은 이들은, 아니 처음 종이를 펴고 글을 시작할 때면 누구나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간혹 일필휘지로 종이를 채워나가는 고수들도 있긴 하다) 그런 이들에게 꽤 괜찮은 레시피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뭐지 이 기사 같은 멘트는…)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고 나 또한 글쓰기에 관한 추천 리스트 몇 권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사실 대부분의 책들은 약간의 기술에 대한 제언과 함께 늘 진심을 이야기한다. 진심을 담은 글, 마음을 담은 글. 그런데 이 책은 꽤 담백하다. 진심. 있으면 좋지만 그런 거 없이 일단 글이란 이렇게 쓰는 거야. 실용적인 글쓰기로는 최상단에 놓아도 될 정도로 정말 기술만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이들이 어떤 지점을 곤란해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하나하나 진단하고 그 해답을 제시한다.
좋은 글감 찾는 법, 칼럼 여정(구성) 쓰는 법, 강렬한 첫 문장, 글을 전개하는 여러 가지 스킬들, 어떻게 풀어놓은 이야기를 회수할 것인지, 제목은 어떻게 짓고 또 요약은 어떻게 하는지까지. 목차만 훑어보아도 수업 교재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실제적인 팁들만 뽑아서 적어놓았다.
물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절대불변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야 평소에 뭐든 읽기에 큰 문제가 없다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무얼 진득하게 읽는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럼 어떤 글을 읽어야 하는가가 문제가 되는데, 사실 책에 나오는 스킬들보다(사실 이 스킬들은 어느 정도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문단 사이사이에 제시된 예문이 개인적으로 훨씬 좋았다.
어디서 이런 문장들을 찾아냈는지 감탄할 정도로 잘 정돈된 예문들을 제시하는 이런 글을 자주 읽고 흉내내다 보면 글을 잘 쓸수 밖에 없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았다. 다작과 다상량은 다독 이후의 개인의 노력에 달린 것이니 뭐.
(개인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다 싶어서 최근에는 빈 이어폰을 꽂고 있기도 한다. 언제나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언젠가 기차 안에서 그냥 알게 되었다. 노캔만 틀어놓고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이 내게 더 필요한 시간이었다는걸.)
이미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이들보다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싶은 초보 라이터들에게 매우 추천한다. 지금 쓰는 글이 못마땅해 더 쓰고 싶은 이들도 꽤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에세이보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글을 써야 하는 이들이라면 꽂아두고 자주 꺼내봐도 좋을 책이다.
그렇지만 글에 어떤 공식이 생기는 순간 생명력을 다해버리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너무 잘 쓴 글인데도 거기에 자를 들이대는 순간 그저 그런 글이 되어버렸는데, 이 책이 당신의 글을 돕게 하는 도구로 사용 되어야지 당신의 글을 재단하고 내치는 도구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하는 이야기인데 한겨레 책은 일단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