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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Oct 17. 2023

결국 나도 별 수 없다는 깨달음

<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저

1. 읽기 힘든 글이 있다. 어려운 단어를 덕지덕지 늘어 놓아 보는 것만으로 답답한 글도 있고, 또 쓴 사람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까 싶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글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쉽게 읽히지만 마음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앞을 가려 읽기 힘든 글이 있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책의 글타래가 내겐 그랬다. 힘겹게 읽었다. 그래서 추천하느냐면 완전 강추다. 단, 나처럼 도서관에서 빌려 일주일 만에 읽어제끼지 말고 곁에 두고 치열하게 읽으면 좋겠다. 한 문장 한 문장씩, 칼럼 한편씩 곱씹으며 우리가 언젠가부터 놓아버리고 산 예의 아니 함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면 좋겠다.

2.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면 속의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언젠가 보다 왈칵 울어버린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대사다. 언젠가 그렇게 목놓아 주장했지만 지금은 개집에 넣어버린 연대에 대해, 존엄하게 살 권리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 돌이켜 보면 나는 정의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었다. 약자의 편에서, 빈자의 옆에서 그들과 함께 함이 자랑이자 면류관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마케터라 이름하며 강자의 논리를 편다. 매일 나를 찾겠다는 이름 아래 이기는 방법 찾아 SNS를  헤맨다. 그렇게 '너 자신을 착취하라'고 감히 요구하는 시대에 순종한다. 그런데 다니엘 블레이크는 말한다. 'NO 나는 나의 삶을 다시 되찾아 올 것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어떠한가? 


3. 나는 때로 스스로 참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떠넘기지 않는 선배, 내 팔은 물론이고 가끔 선배의 팔도 함께 돌려주는 후배, 조직의 이익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조직과 구성원의 간극을 조율할 줄 아는 직원. 그렇게 '나는 좀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고 그는 꼬집는다. 곰곰이 생각했다. 그가 옳다. 괜찮은 인간이라는 기준은 내 안에 있다. 내 안에 좋은 면을 나열하자면 앞서 백 개도 더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숨은 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천 가지, 만 가지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나는 운 좋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만을 가졌을 뿐이고, 언젠가 나도 자리에 따라 최악의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송곳>의 최규석이 그럤다. 선 자리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고.

4. 결국 나도 별 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 절망도 구원도 결국 그 근처 어딘가에 있다. 그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명하다. 이것이 인간이며, 우리는 언제고 내가 모르는 낯선 나와 낯선 너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낯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그를 받아들이거나 죽이는 것 둘 중에 하나이며 일반적으로는 후자를 택한다. SNS를 통해 관계의 폭이 무한대로 확장된 오늘 우리는 그 인간 군상의 끝을 함께 목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무겁게 우리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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