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2018년 겨울, 이렇게 다시 오래 못 갈 줄 몰랐던 도쿄 거리에서, 지나가며 눈에 보이는 서점이라는 서점은 다 들어간 적이 있다. 물론 다이칸야마 츠타야 같은 유명한 서점들은 목적지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서점을 하고 싶어서.
일본어를 거의 몰라 사실 읽을 수 있는 책도 없었지만 서점에서만 맡을 수 있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옛 건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들이 꽤 오랫동안 기분 좋은 잔상으로 남았다. 가끔 돌이켜보자면 그 여행은 지금도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언젠가 진짜로 서점을 열게 될 때 아마 꽤 자주 이 기억들을 꺼내볼 것 같다.
책은 내가 한 번쯤 들어가 봤을 것이 분명한 34개의 도쿄 서점들의 방문기다. 일본도 나날이 달라지겠지만 19년만 해도 전재 책보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 넷플릭스보다 DVD를 빌려보는 사람,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보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2024년에 출간된 이 책에도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로 보아 이 사람들은 그 변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일까. 당시에도 꽤 궁금했던 질문인데 저자는 그 대답을 다양성에서 찾는다. 우리는 효율성과 편리함을 이유로 너무 쉽게 오프라인을 포기했고, 종이책과 DVD, 현금을 찾는 이들에게 비효율을 핑계로 스마트폰을 강요하며 빠르게 오프라인의 공간을 지워나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티케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온라인 예매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은 공연이나 전시를 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제는 기차나 버스, 택시를 타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옳다. 지금 많은 이들에게 아날로그는 감성의 영역으로 존재할 뿐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접근
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은 대부분의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은 이 공간을 아직도 지켜가고 있는 듯 하다. 비단 오프라인이 필요한 이들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들까지 존중하며 좀 덜 효율적일지언정 그들의 공간을 시스템이 보호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남은 도쿄의 서점들은 이 보호 속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00년이 넘은 서점에 100년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곳. 촌스럽고 잔정 많은 아저씨는 서울의 고층 빌딩보다 이런 공간이 더 그립고 필요하다. 아직 사람 냄새가 남아있는 서점들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