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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짱고책방

나에게 응답하는 삶을 배우다

아임 인 | 임예인

by 짱고아빠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나는 네가 자신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니 나는 내 일에 만족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꽤 괜찮게 살아왔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리만치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스스로도 직면하기 꺼렸던 마음의 균열을 누군가는 정확히 짚은 것 같았다.

그가 살아온 그 멋진 삶을 음미하던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다시 그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우리게 재촉하지 않는다. 뭘 해야 한다거나,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성급히 조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우리를 조용히 부를 때, 거기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서핑을 배우며 알게된 것. 우리는 쉽게 파도의 크기나 서핑의 모양으로 그 퀄을 따지지만 사실 그런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넘어진다 해도 즐겁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어떻게 타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타는가’나아가 '왜 타는가'를 말하는 이야기가 꽤 오래 남았다.


나는 늘 뭔가를 해야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해야 할 일들로 하루를 채우고 무언가를 성취하면 안도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늘 지쳐 있었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몰려왔다. 저자는 그 지점을 “should와 want의 충돌”이라고 표현한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흔들릴 때 우리는 삶에서 점점 멀어진다고.


그녀는 또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being하고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doing 에 쓰며 산다. 일하고, 정리하고, 계획하고, 성취하고. 그런데 존재하는 것, 사람의 그릇, 그 사람의 울림, 마음 깊이 같은 것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다. 문득 나는 어떠한가 돌아보게 된다.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멈춰 있는 것 같아 조급해진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그의 말마따나 내 버전의 영웅이며 내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도 아닌 나다.


코치로 새로운 삶을 살아낸 그는 책을 통해 다정한 문장들로 자신에게 귀 기울이게 만든다. 인생이라는 초대에 ‘지금 있는 나’로 응답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해도, 가끔 엉망이어도 괜찮다고. 그렇게 살고 있는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돈 미구엘 루이스가 쓴 <사랑의 신비>에는 "인생의 진정한 사명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믿는 것, 자신을 판단하는 방식, 자신을 희생시키는 방식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책은 위로라기보다는 동행에 가깝다. 바쁜 일상 속에서나 자신에게 너무 소홀해졌다고 느낄 때 조용히 이 책을 꺼내어 한 문장씩 넘기면 좋겠다. 임애린의 글은 그렇게, 우리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잊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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