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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짱고책방

기억나지 않는 시작, 기억에 남는 사람

단 한번의 삶 | 김영하 저

by 짱고아빠


나의 어머니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꺼내는 일은 아직도 조심스럽다. 상처가 커서라기보단 여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인 것 같다. 어쩌면 아직도 마음 한켠에 그 시간을 붙잡고 못 놓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엄마가 생각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 은우를 볼 때마다 가끔 생각난다.


우리 엄마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었을까. 어쩌면 우리 엄마 정말 눈도 못 감았겠구나.


이 책을 읽으며 그 감정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김영하 작가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그는 부모님의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는 삶을 사유할 때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토록 소중한 것의 시작은 왜 잘 기억나지 않을까? 나도 그렇다. 엄마와의 마지막 날은 또렷한데 처음 기억은 흐릿하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내 인생에도 도입부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느 날 문득 깨어보니 나는 이미 그 안에서 살고 있었다. 삶이라는 이야기는 처음이 희미한 대신 중간과 끝을 나 스스로 써가야 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그런 삶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시절엔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웃고, 배려하고, 참아낸다. 하지만 진짜 모습은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말투 하나, 표정 하나, 판단 하나가 그 사람의 중심을 말해주는 순간들.

유능한 사람이고 싶었고, 교양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오래 남는 건 그런 외형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하루를 견디는 태도, 실망을 대하는 방식, 보이지 않는 안쪽을 어떻게 정리하며 살아가는지.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대한 질문을 그는 나지막하고 묵직하게 던진가. 당신의 삶은 어떠한지.


삶이란 참 묘하다. 내 삶의 서두도 잘 기억나지 못하면서 남의 삶은 영화나 소설처럼 또렷하게 보이는 척한다. 나 또한 내 인생의 서사를 잊고 남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되는 나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내가 살아내야 할 건 나의 단 한 번뿐인 내 삶인데.

단 한 번의 삶. 책 제목 마냥 단 한 번 주어지는 우리 인생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낼까.

나중에 만나게 될 우리 엄마에게 나는 어떻게 살았노라 얘기해야 할까 또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내 삶은 어떻게 비칠까.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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