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인간 | 헨리 데이비스 소로
<걷는 인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책의 원제를 보면 단지 <걷기(Walking)>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걷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것 같고, 단편이기에 여러 글들을 묶어서 출판되기도 한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사실인데 조금 충격적이었던 건 이 책의 출간년도는 1862년. 150년도 더 된 글인데 그다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순히 번역이 잘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짧은데도 꽤 마음을 움직거린다.
제목처럼 그저 걷는 것는 것의 영성, 걸을 때에 우리가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해 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로는 그 단순한 행위 안에 삶 전체를 녹여냈다.
오히려 지금 읽기에 더 필요한 우리를 멈추게 하는 사유들이 가득했다.
자연주의자, 생태주의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그는 철학자였고 그가 말하는 자연은 그저 풍경이나 삶의 배경이 아니라 사유의 동력이었다. 괜스레 떨어지는 해가 달리 보이기도 했다.
그는 걷기를 단순한 운동이나 여가의 수단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에게 걷는다는 것은 방향을 정하고, 어딘가로 나아간다는 행위이자 존재의 방식이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걷는지는 우리에게 무관하지 않다"
그는 묻는다. 어디론가 무심히 걷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 행여 그 선택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아직 내 안의 관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양갈래 길 위에서 더 조심스러울 것을 주문한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분명히 알 수 없어도 적어도 그 방향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알아야 하니까.
책을 읽는 내내 ‘지식’과 ‘지성’에 대한 그의 사유도 흥미로웠다. 그는 지식을 넘어 미지의 대기 속에 머리를 담그고자하는 가장 높은 지성에 대한 공감을 말한다. 당신은 많이 아는 사람인가? 그런데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앎은 진짜인가?
그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오만함을 지적하며 소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의심하라고 요청한다.
무엇이 지식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방식이 진짜 내 것이 맞는지.
그는 이 모든 것의 대답을 자연에서 찾는다. 우리 삶의 방향은 늘 명확하지 않고 그걸 선택하는 일은 어렵고 그래서 우리는 쉽게 잘못된 길로 걸어 들어가지만 자연이 이끄는 자력에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되면 우리는 올바른 길로 인도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길, 너의 길이 맞는가?"
150년전의 철학자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