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리뷰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의 말처럼 저 멀리 도달해야 할 어떤 상태일까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일까. 필리프 들레름의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조용하고 단단하게 대답한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감각이다"
책은 삶의 아주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행복이 지금도 이 자리에도 있음을 보여준다.
얇은 책에는 절정이 없다. 감정을 휘어잡는 드라마도 없고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오래된 기억들이 살아난다. 호주머니 속에 있던 칼을 접었다 펼치던 촉감, 종이의 바스락거림, 아침의 습기, 버터 냄새가 스며든 빵집의 공기. 이 책은 마치 '감각의 단편집'처럼 매일 지나가지만 이내 잊고 마는 감각을 조용히 깨워낸다.
작가는 말한다. 행복은 지극히 평범하고 단조로운 것 안에 숨어 있다고. 사람들은 흔히 행복을 크고 번쩍이는 것으로만 상상하지만 그는 삶의 반복과 습관 속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그리고 말한다. 행복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매일의 장면들, 그 안에 어딘가에 예쁘게 머물고 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벅찬 감정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일상에 귀 기울이는 태도. 손끝의 감촉, 창밖의 빛,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 그런 것들에 머무를 줄 아는 감각. 이 책은 그것을 행복이라 부르며 그것을 잃지 않는 삶의 방식에 대해 꽤 그 담백하고 진심 어린 어조로 말한다.
책 어딘가에도 무엇을 해내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상하게 달라진다.
커피잔을 드는 손끝, 창밖을 바라보는 눈빛, 버터가 스며든 종이의 냄새. 그런 일상 하나하나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그것을 '행복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라 말한다. 그 감각을 잡아챌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여유와 여백을 내 삶 어딘가에 놓아두고 있을까?
가끔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 책은 그 질문 앞에서 말없이 꺼내 드는 하나의 태도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으로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문득 잊고 있던 감각 하나를 꺼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도파민이 필요한,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이들일수록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삶도, 이런 책도 있다. 스마트폰 없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조용한 아침에 알게 되는 아직 작고 사소한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