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최대한의 질병에 대한 최소의 보호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맞아야 할 주사가 많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아기 고양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보통 3회에서 4회의 예방접종을 필수적으로 맞는다. 당연히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비용을 생각하자면 간단한 금액은 아니다.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에는 돈이 든다. 때론 사랑보다 더 필요한 게 돈이다. 돈이면 다 되는 더러운 세상이라니.
드디어 짱고도 주사 받을 때가 되었다. 펫샵에서 1차 접종은 진행했다고 하니(9주 차, 보통 2,3개월령 고양이를 분양받으니 1차는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2, 3차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간단히 고양이 백신에 대해 설명하자면 보통 1차는 생후 9주에 이루어지고, 2차는 12주에 이루어지는데 이때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와 백혈병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가 함께 이루어진다. 3차는 고양이전염성복악염에 관한 백신으로 16주 이내에 이루어지며, 4차(20주 이내)는 주로 광견병 백신인데 4차는 접종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후 매년 보강접종이 권유되지만 완전히 집에서 길러지는 고양이의 경우 3년 주기로 보강접종을 실시하기도, 또 매년 건강검진일 실시하는 경우 그렇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
1~3차에서 접종되는 종합백신은 주로 아래 질병들을 예방해준다.
1.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 줄여서 범백이라 부르며 고양이 홍역, 고양이 백혈병이라고 불린다. 전염력이 매우 강하며 생후 1년 안에 범백에 걸리면 치사율이 7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분변이나 직접 접촉에 의해 주로 감염되며, 감염된 고양이가 사용한 물건을 통해서 감염되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구토와 발열을 일으키며 주로 몸에 기력이 없다(움직이지 않고 먹지 않는다). 후에 탈수, 신장병, 쇼크, 빈혈 등 합병증을 일으키며 반드시 격리입원,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
2. 고양이 상부 호흡기 감염
- 고양이 감기로 불리며, 감염된 고양이의 콧물이나 눈물과의 접촉으로 전염된다. 다묘 가정에서 전염이 빠르다. 눈물과 콧물, 재채기,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식용부진, 구역질, 체중감소를 보인다. 눈과 코의 염증은 심하면 폐렴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치료는 약 처방과 가정에서의 관리(논곱과 콧물 닦기, 가습기, 코 씻어주기 등)로 가능하다.
3.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FIV) /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FeLV)
- 2차 때 검사로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데 잠복 감염률이 전체 고양이의 1% 정도 나타난다고 한다. 적다면 적은 수치이지만 양성이 나타날 경우 꽤 위중한 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FIV과 FeLV의 경우 당장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진 않지만 잠재적으로 만성 구토, 빈혈, 종기, 발작, 호흡곤란 등 다양한 질병을 일 있다고 한다. FIV의 경우 할큄이나 무는 것으로, FeLV의 경우 접촉이나 어미-자식 간에 감염되기도 한다.
4.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 가장 위중한 질병 중의 하나이지만 어떻게 감염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보통 가벼운 장염 정도만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가(Covid19 아님) 전염성 복막염 바이러스로 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어떻게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발열, 식욕부진, 구코, 설사, 호흡곤란 등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온갖 위중한 증상들이 함께 나타남으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볍은 없다고 한다.
5. 광견병
- 주로 개에게서 나타나서 광견병이라 불리지만 광견병은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고양이의 경우도 적은 확률로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적은 확률이라 굳이 병원에서도 강하게 권하지는 않는다.
물론 예방접종이 위의 질병들을 100% 방어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백신은 고양이가 행여나 걸릴 수도 있는 최대한의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최소한의 보호막이다. 나와 함께 살아갈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 모든 건 결국 나를 위함이기도 하다. 이 녀석이 안 아프고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는 것이 결국 내게도 좋은 일이다.
예방접종 차 병원을 방문하던 시기는 이제 막 고양이에 대해 알아갈 시점이었다. 한창 고양이에 대해 검색하고 고양이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가던 시기였는데 때마침 본 것이 고양이의 안는 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양이를 어미가 옮길 때 주로 뒷덜미를 물어 옮기는데 이 때문에 고양이의 목 뒷덜미를 잡는 게 더 편안하게 느끼기에 뒷덜미를 잡아주라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옆에 있던 짱고의 뒷덜미를 잡아 쓱 올렸다. 마치 짱고가 웃는 것 같아 보였다. 오호라. 새로 알게 된 사실에 흐뭇해하며 한동안 짱고를 들어 올릴 때 목 뒷덜미를 쓱 집어 올렸다. 골골골골. 고양이가 좋다고 했다. 나도 좋았다.
3차 백신을 맞으러 병원을 방문할 때였다. 이런저런 상담 중, 당시만 해도 호기심 대마왕인 짱고는 케이지에서 빠져나와 책상 위를 이리저리 배회하는 중이었는데 순간 아래로 뛰어내리려는 짱고를 안아 뒷덜미를 들어 올리자 갑자기 선생님의 눈빛이 변했다.
- 보호자분 지금 고양이를 어떻게 드셨죠?
- 아 이거 이렇게 하면 고양이가 좋아한다고 해서요 하하하
- 인터넷에서 보셨죠?
- 네
- 하(깊은 한숨) 보호자분. 지금은 고양이가 작아서 그렇게 들 수 있을지 몰라도 고양이가 조금만 자라 체중이 늘면 한 손으로 들 수도 없을뿐더러 아이가 불편해할 겁니다. 가능하면 양손으로, 가슴 쪽으로 고양이를 안으셔야 합니다.
- 아. 네. 네네…
- 하여튼 요즘 젊은 사람들은..(이하 생략)
나도 어디서 보고 배웠다는 변명을 하기도 전에 정말 실컷 혼났다. 뭔가 억울했다. 고양이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순간 케이지 속 고양이의 짧은 미소를 얼핏 보았다. 아니 분명히 봤다.
나는 선생님께 주사를 최대한 아프게 놔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