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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우리를 대표하는 가치 정하기

좋은 일보다, 기억되는 일을 하라

by 짱고아빠

‘좋은 일’보다 ‘대표하는 일’을 찾아라


브랜드 전략의 시작은 “우리는 무엇을 대표하는가?”라는 질문이에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기관은 많지만 사람들에게 “그래서 그 기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단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는 곳은 드뭅니다. 이 질문은 현장에서도 자주 듣게 돼요. 예전에 한 기업과 공동 캠페인을 준비할 때, 담당자가 첫 미팅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월드비전은 어떤 일을 가장 잘하세요?” 그 순간 저는 잠시 멈칫했어요. 우리는 교육도, 식수도, 보건도, 옹호활동도 하지만 그것을 나열하는 건 우리가 누구인지를 설명하지 못하죠. 그 질문의 본질은 “수많은 단어 중 당신들은 어떤 가치의 얼굴인가요?”였어요.


많은 기관이 이 질문 앞에서 흔들립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언어에는 익숙하지만 시민들은 복잡한 설명을 기다리지 않아요. 그들은 단 하나의 문장을 기억합니다. “이 기관은 아동을 지키는 곳”, “이 기관은 지역을 변화시키는 곳”, “이 기관은 환경을 보호하는 곳” 이 짧은 문장이 곧 브랜드의 중심이에요. 사람들은 볼보를 안전,파타고니아를 환경이라는 단어로 기억합니다.

결국 브랜드란 우리가 무엇을 대표하느냐의 문제이고 그 한 단어가 모든 메시지와 경험을 이끄는 나침반이 됩니다.


이런 기관의 대표성은 스스로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도 이런 사업도 합니다”라며 다른 기관의 캠페인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 이미지의 다른 기관이 자리하거나 거기서 거기라는 이미지만 남죠. 모든 NGO가 해외아동후원, 긴급구호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모든 복지관이 지역복지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건 어느정도 팩트에 기반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분명한 건 ‘많이’ 하는 기관보다, ‘한 가지 일을 일관되게’ 잘하는 기관이 더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기관의 브랜드를 확인하는 방법


우리 기관의 브랜드를 정리하는 확인은 의외로 단순해요. 첫째,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과 자원을 쓰는 영역을 확인하세요. 둘째, 지역사회에서 “그 문제는 여기에 물어봐야해”라는 평판이 있는지 점검하세요. 셋째, 직원들이 가장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성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지점이 아마도 그 기관의 브랜드 정체성일겁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대표하고 싶은 가치와 실제 하는 일이 다를 때를 마주합니다. 예를 들어 ‘아동’을 대표한다고 정했는데 실제로는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노인 사업이 대부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브랜드에 맞추어 사업을 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에 맞추어 브랜드를 재정의하는 거예요. 뭐든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이 간극을 줄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한 복지관이 “청소년 복지”을 대표 가치로 내세웠지만 실제 사업의 절반 이상이 노인 프로그램이라고 합시다. 가장 쉬운 길은 대표가치를 바꾸는 일이지만 기관의 정체성 상, 청소년 복지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다면 청소년과 노인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어 정체성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맞추어 갈 수 있겠죠. 이처럼 브랜드는 정체성의 선언이지만 동시에 변화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현실과 이상이 만나 조율되는 지점 그 과정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이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것을 이 브랜드를 조직 안에서 습관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브랜드는 회의와 일상 속의 선택에서 드러납니다. 회의 때마다 “이 사업이 우리의 핵심 가치와 연결되는가?”를 점검하고,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업무보다 먼저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외부의 홍보에서 시작되지 않아요. 내부의 합의와 실천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이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가치는 결코 밖으로 전달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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