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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데이터보다 강한 캠페인 설계법

데이터로 방향을 잡고, 감정으로 길을 낸다

by 짱고아빠

숫자는 공감을 만드는 도구일 뿐


캠페인을 기획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콘텐츠부터 떠올려요. 어떤 영상을 만들까, 어떤 문구로 타이틀을 뽑을까 혹은 어떤 플랫폼에서 퍼뜨릴까 같은 것들이죠. 물론 그 질문들도 중요해요. 하지만 캠페인은 그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에요.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빌려 어떤 현실을 함께 바라보게 하고 그 현실 안에서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죠.


우리는 종종 이렇게 믿어요. 어떤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그 심각함을 수치로 보여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행동할 거라고요. 예를 들어 “이 지역 아동의 결식률이 72%입니다”라는 문장을 떠올려 볼게요. 이 문장은 문제의 크기를 설명해주지만 정작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반면 “여섯 살 아이가 오늘도 두 끼를 굶고 학교에 갑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면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옵니다.

숫자는 상황을 알려주지만 감정은 그 상황을 내 일로 느끼게 하죠. 그래서 저는 데이터를 감정을 위한 장치로 사용하려고 해요. 수치로 방향을 잡되 감정으로 길을 내는 방식이에요. 감정이 움직이지 않으면 메시지는 머리에만 남고 그렇게 머리만에 남은 메시지는 오래가지 않아요. 결국 캠페인은 사람의 마음 안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감정팔레트 그리기


감정의 흐름을 설계할 때는 구체적인 단계가 필요해요. 저는 이것을 ‘감정 팔레트’라고 부릅니다. 이는 크게 저는 세 가지로 순서로 정리돼요. 첫째는 공감의 순간이에요. 사람들이 “이건 내 이야기”라고 느끼는 지점을 만들어야 해요. 둘째는 행동의 명분이에요. 공감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작지만 실현 가능한 방법을 보여주는 거예요. 셋째는 변화의 희망이에요. 내가 한 행동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그 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하는 거죠.


이 세 가지 정서가 하나의 곡선을 이루며 사람의 마음을 따라 흘러갈 때 데이터보다 강한 설득이 일어납니다.


조회수나 바이럴이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이 콘텐츠를 처음 본 사람의 마음에 남는 장면을 만들어야 해요.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문장, 한 장면의 영상이 오래도록 머문다면 그 콘텐츠는 잘 만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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