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세 가지 설계 질문
좋은 캠페인은 한 편의 설계도와 같아요. 아무리 감정이 풍부한 메시지라도 메세지의 뼈대가 없으면 금새 사라지고 말죠. 그래서 저는 캠페인을 시작할 때마다 세 가지 질문을 꼭 던져요.
모든 캠페인은 대상 즉 ‘누구를 타킷으로 할까’에서 시작됩니다. 중요한 건 여성, 20대, 노인 같은 단순한 인구통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보다 ‘오늘 아침 미세먼지를 걱정하며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운 엄마’를 상상하는 게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한 구상을 하게 하죠. 이렇게 구체적인 일상의 장면과 연결될 때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있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왜 지금인가’라는 타이밍도 중요해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지금 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하죠. 사회적, 개인적 이슈와 메세지가 만나는 시점에서 캠페인은 힘을 얻습니다. 한 배우가 신종플루로 아들을 잃고 헤메던 중 지진이 난 아이티의 아이들을 보고 아들의 보험금 전액을 기부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메시지를 분석하기보다 분위기를 먼저 느끼고 반응합니다. 그래서 캠페인은 일종의 리듬이 있어야 해요. 처음엔 ‘이게 뭐지?’ 하는 호기심을 일으키고 중간에는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 같은 몰입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의지를 남겨야 하죠.
이 리듬을 설계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어디서 울컥하게 만들지, 어디서 멈추게 할지, 어디에서 여운을 남길지를 미리 그려야 해요. 기본 구조는 단순합니다.
문제 제기 → 공감 형성 → 해결책 제시 → 행동 촉구
문제 제기에는 놀람이나 안타까움을, 공감 형성 단계에서는 공감과 연대감을, 해결책 제시 단계에서는 희망과 가능성을, 행동 촉구 단계에서는 결단과 의지를 남기는 거예요. 각 단계의 메세지는 그저 감정의 전달로만 끝나서는 안됩니다. 해결책 제시와 행동 촉구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해요.
캠페인의 목적은 결국 행동하게 만드는 거죠. 감탄이나 동의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후원, 공유, 댓글, 친구에게 이야기하기처럼 작고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캠페인은 완성됩니다. 여기서 조건이 많고 절차가 복잡하면 사람들은 멈춰요. 그래서 우리는 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클릭 한 번으로 참여할 수 있고, 즉시 피드백이 오며, 참여의 보상이 단순할수록 행동은 쉬워집니다. 절대로 이를 복잡하게 설계해서는 안됩니다. 참여를 위해서 사이트를 찾아야 하고, 회원가입을 해야하고, 어떤 것을 캡쳐해서, 어떤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인증하게 하는 등 참여의 허들을 높이면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참여하려 했다가도 좋지 않은 경험만 남기고 떠날 수도 있어요.
모든 참여는 자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동참하고 있다고 느낄 때 움직입니다. 러닝 대회나 플로깅 같은 참여형 캠페인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그 참여가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이에요. 참여의 감정이 좋았다면 사람들은 또 돌아옵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요. 대상이 분명하지 않으면 메시지는 흩어지고, 흐름이 없으면 몰입이 사라지며, 행동 유도가 빠지면 캠페인은 소비로 끝나죠. 반대로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이어질 때 오래 가는 캠페인으로 남습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중심이 잡혀 있어야 해요.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예산이 적어도 인원이 부족해도 캠페인은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