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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세계관 있는 캠페인의 힘

우리가 믿는 세계가 캠페인의 방향을 결정할 때

by 짱고아빠

세계관이란


세계관이라는 단어는 다소 철학적으로 느껴지지만 우리가 이 책에서 사용하는 세계관은 ‘가치의 기준’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믿고 있는지 그리고 그 믿음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지를 정하는 내부의 기준입니다.


정체성(identity)과 세계관(worldview)은 조금 달라요. 정체성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는 ‘존재의 선언’이라면, 세계관은 그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를 보여주는 ‘행동의 철학’입니다. 정체성이 “우리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면 세계관은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행동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죠.


이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파타고니아(Patagonia)입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지구를 지키는 기업’이고, 그 정체성에서 출발한 세계관은 “우리는 지구를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죠. 그래서 그들은 티셔츠를 팔면서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자켓 사지 마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전 매출을 환경단체에 기부했어요. 누군가는 ‘비즈니스를 포기했다’고 비꼬았지만 그건 오히려 명확한 세계관을 선택한 결정이었죠.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단순한 홍보 키워드로 소비하지 않고 기업의 존재 이유와 행동 기준으로 삼았던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캠페인은 하나로 연결됩니다. 제품이 달라져도, 슬로건이 바뀌어도, 사람들은 “역시 파타고니아” 라고 느끼죠.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기준


이렇든 세계관은 모든 캠페인의 기준이 됩니다. 캠페인을 기획하다 보면 수없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이 장면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을까?”, “이 문장이 우리 기관의 톤앤 매너와 맞을까?” 같은 질문이 반복되죠. 이런 혼란은 대부분 기준이 없어서 생깁니다. 이때 세계관은 판단의 중심을 세워줍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세계관을 가진 기관이라면 아무리 감동적인 연출이라도 주인공을 학대하는 연출로 눈물을 짜내는 영상은 만들지 않습니다. 반대로 “참여를 통해 세상은 변한다”는 세계관을 가진 기관이라면 단순 후원보다는 행동 참여형 캠페인을 우선순위에 둘 거예요. 이렇게 세계관은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명확히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캠페인은 우리가 정말 믿는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우리 기관이 늘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지, 단순히 유행이나 외부 요청에 휘둘려 만든 건 아닌지를 점검합니다. 아무리 화제가 되는 주제라도 우리가 믿는 방향과 맞지 않다면 그건 잠깐의 반응에 불과해요.


둘째, 이 캠페인 속 사람들은 존중받고 있나요?

도움을 받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가 주인공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불쌍하게 만들거나 감정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합니다. 우리는 약함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해요.


셋째, 이 캠페인을 접한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요?

단순히 후원이나 참여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이 이야기를 본 사람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는지 마음 한켠에 따뜻함이나 희망이 남는지를 상상합니다. 캠페인은 결국 행동을 이끌어내는 일이지만 그 행동의 시작은 언제나 감정이에요.


이 세 가지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그 캠페인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단 한 번의 이벤트를 잘하는 것보다 조직의 세계관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캠페인이 모여 사람들에게 ‘이 기관은 어떤 세상을 믿는가’를 기억하게 만들면 그 기억이 바로 브랜드가 됩니다.

물론 세계관이 고정된 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도 달라지니까요. 세계관이 단단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복지가 도움의 언어였다면 지금은 존중과 연대의 언어로 바뀌었죠. 중심은 같지만 해석의 언어가 달라진 거예요.


세계관이 명확한 기관은 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같은 언어로 캠페인을 만들어냅니다. 좋은 세계관이 좋은 사람을 부르고 좋은 사람들이 좋은 캠페인을 만들어내요. 세계관은 철학이 아니라 정체성의 실천이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조직의 신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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