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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선택의 시대, 신뢰의 이름이 되는 법

선택받는 기관이 되는 법, 신뢰의 기록을 쌓는 일

by 짱고아빠

이용자 중심 시대, 신뢰가 경쟁력이다


2007년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도가 시행되면서 복지현장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정부가 예산을 복지관에 일괄 지원했고 복지관은 그 안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했죠. 하지만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자 예산이 이용자에게 직접 전달되었고 시민들은 내가 원하는 기관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지관은 공공이 정해준 기관이 아니라 시민이 선택하는 기관이 되었죠.

이 변화는 단순히 행정 구조의 개편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복지서비스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 참여자로서 자신이 이용하고 지지할 기관을 선택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예전에는 복지관에서 아이들이 공부방과 피아노 교실을 함께 다녔지만 이제는 바우처로 피아노 학원이나 댄스 학원을 선택해 다닙니다. 어르신들도 여러 기관을 비교하며 어디가 더 친절하고 믿을 수 있는지 평가하죠. 이용자들은 단순히 혜택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선택하는 소비자로 바뀌었습니다. 이들에게 쌓인 평판과 경험이 바로 브랜드가 되고 이 브랜드가가 곧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곧 후원자들에게도 같은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후원자들은 더 이상 TV나 라디오 광고로 후원하지 않습니다.

기관의 홈페이지나 SNS, 유튜브, 심지어 댓글까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또 이러한 홍보물보다 직원의 태도 하나에서 훨씬 큰 신뢰를 얻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후원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비교하고, 선택합니다. ‘누가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가’, ‘누가 꾸준히 약속을 지켜왔는가’가 결정적인 기준이 된거죠.

이용자 중심 시대가 되면서 현장은 한층 더 냉정해졌어요.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관이라도 평소에 관계를 잘 맺어온 기관은 주민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은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신청자가 모이지 않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SNS에 올린 한 줄의 글로 후원과 자원봉사가 몰리는 기관이 있는가하면 같은 호소문을 올려도 아무 반응이 없는 기관도 있죠. 결국 사람들은 낯선 이름에게는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브랜드의 차이


이건 모금 현장에서도 똑같습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수많은 기관이 동시에 긴급 모금을 시작하지만 실제로 모금이 몰리는 곳은 극히 일부입니다. 이유를 물으면 후원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 기관은 평소에도 믿을 수 있었어요.”


페이지 디자인이나 문구의 세련됨보다 훨씬 중요한 건 그 기관에 대한 누적된 신뢰입니다. 이 신뢰는 예쁜 광고로 얻은 호감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진심의 기록이에요. 실제로 복지관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시던 봉사자님이 이 직원들은 믿을 수 있다며 아동후원이나 각종 긴급후원 때 후원금을 보내주신 사례는 이러한 브랜드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해줍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좋은 일을 하는 기관을 찾지 않습니다. 좋은 일을 꾸준히 진심으로 해온 아는 기관을 선택합니다. 그 기억의 차이가 위기 속에서 결과로 드러납니다.


결국 브랜드란 우리가 하는 일을 세상이 기억하도록 만드는 기술이자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관계의 이름이에요. 좋은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우리를 믿고 다시 찾는가입니다. 이 신뢰의 이름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자 비영리 조직이 살아남는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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