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정면> 윤지이 저
작가님께 DM이 왔다. 출판사에서 리뷰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야 이제 흔해져 버린(후훗) 책 계정을 운영하면서 작가님이 직접 DM을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죄송스럽지만 작가님의 인스타를 흟어보았다.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고 인간실격을 두 번 이상 읽은 사람이라면 충분했다.
짧은 소설은(단편 아님)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정신과 약을 먹는 정신과 의사 형기와 의사였지만 어떤 사건으로 의사를 포기하고 카페를 운영하고 그림을 그리는 무표정의 아내. 그리고 아내의 소울메이트, 의사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제각각의 환자들과 의사에게만 보이는 소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각인지 불분명하다.
소설은 꼭 누군가의 투신이 있었던 밤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형기는 황급히 옆자리를 더듬어보지만 아내는 없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안심한다. 아내는 이 시간에 주로 카페에 간다.
그리고 소설은 아내의 상실로 끝난다. 여행을 떠난다던 아내는 여행이 취소되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결정에 형기는 괜스레 좋았다. 간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지막이 노래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약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다시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형기), 죽고 싶어 하거나(아내), 이미 죽었거나(소년), 죽음을 앞두고 있다(환자). 그리고 이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각기 다르다. 이상하게 죽음과 관련된 텍스트를 읽을 일이 많은 한 주인데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죽고 싶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실패한 연애, 학업 혹은 관계. 세상에 혼자 던져진 것만 같은 불안감이나 배신감, 혹은 정말로 '그냥'이었던 적도 있었다. 고백컨대 죽음은 꽤 괜찮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정서의 바닥을 치던 어떤 순간, 내가 없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울어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용기가 적은 나는 그 죽음을 아직 이 땅에 가져오지 못했고 또 다른 여러 이유로 내 곁을 떠나는 이들을 보며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 그때 내가 세상을 떠났더라면 지금 내가 누리는 세상은 누구의 것이 되었을까.
생각을 곱씹다 묘한 감사와 경이가 일었다. 나는 살아있다. 선뜻 내게 손 내밀어주신 작가님과 연결되어 있고 친구, 가족 그리고 나의 고양이까지. 수많은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감싸고 있다. 그 사랑에 둘러싸여 어둠의 정면을 본다. 아니 그것이 어둠인지도 명확하진 않지만 여하튼 나를 감싼 어둠 너머에서 그 어둠을 들여다본다. 물론 그것들은 지금도 내 지근거리 어디쯤 포진해 있다. 굳이 밀어내거나 빛을 쪼일 생각도 없다. 그것들 또한 나일 테니 어찌 됐던 잘 지내볼 생각이다.
형기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둠의 정면 / 윤지이 저 / 델피노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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