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저
고백컨대 나는 스마트폰 중독자다. 잠시라도 비는 시간이 있으면 인스타그램과 페북의 새 알림을 체크하고, 스팸뿐인 카톡일지라도 열심히 들여다보며 1을 없앤다.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것들이 실제의 세계인지, 혹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크게 중요치 않다. 홀로 동떨어진다는 것이 불안해서일지도, 이제는 오래돼서 잃어버린 '함께'라는 감정이 고파서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 감정을 외롭다고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이러한 우리를 위한 일종의 행동 계획이자 운동이다. 오해가 있을까 미리 설명하자면 책은 우울증에 걸린 당신을 위한 'SNS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법'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개인의 차원을 넘어 모두가 함께 이 각자도생의 판을 깨어버리자는 제안이다.
책의 시작은 트럼프가 당선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아이폰의 탄생과 더불어, SNS의 발달 이후 사회는 좌우로 쪼개졌다. 트럼프가 주창한 '위대한 미국 만들기' 운동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여겨졌던 인종차별, 성차별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들의 잔혹행위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게 단지 구호로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단적 인종주의자들의 흑인과 유색인종을 향한 폭력은 점차 수위를 높여갔고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에 달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한 n 개의 의견과 이야기, 행동 또한 끝을 모르고 커져만 갔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앞두고 내 페이스북의 거의 모든 타임라인은 정치로 가득 차 있다. 글자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지치지만 새로 고침을 포기할 순 없다. 서두에 얘기했듯 나는 지독한 SNS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잠깐 당신의 손가락을 멈추고 까만 밤을 맞이하라고 말한다. 이는 내일을 위한 적극적인 휴식이자, 쉬지 않고 쏟아지는 관심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거부이다.
아울러 자본주의 체계를 주체적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을 권한다. 더 이상 생산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것이 아니라 유지와 회복, 돌봄을 우주의 중심에 두자고 권유한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되살리고, 인간을 도구가 아닌 가치로 되살리며, 디지털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를 우리 삶에 회복하자고 말한다.
이 글을 쓰는 짧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의 알람은 쉬지 않고 울렸다.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저자가 귀하는 '새 알아차리기'를 시도하려 했다. 이 글을 쓰는 카페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그 옆에 홀로 앉아 나처럼 노트북 앞에서 심각한 누군가 있다. 그 옆에는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온 친구들이 있고,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창밖으로는 퇴근길에 바쁜 이들이 옷깃을 여미며 지나쳐 간다. 연말, 성탄을 앞둔 거리는 꽤 한산하고, 또 꽤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이 나와 당신의 삶에 회복되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 제니 오델 저 / 필로우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