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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도가와 J Jul 27. 2020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그리고 치유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페허가 된 곳에서 우크라이나 전통악기 반두라를 꼭 껴앉고 있다. 마치 갓난 아기를 사랑의 기운을 듬쁙담긴 엄마의 모습이다. 살포시 그녀의 손에 의해 반두라의 현율이 춤을 춘다. 기고하고 힘들었던 그녀의 짠한 삶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퍼진다.


2016년 9월 29일(목), 지상파채널 6번 TBS의 “메이드인재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사연을 접했다. 이 방송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고향방문때 서프라이즈 선물로 그 나라에 꼭 필요한 일본의 최고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쇼양(예능과 교양을 접목시킨 말)같은 포맷이다. 현재 그녀의 어머니는 혼자 우크라이나에 살고 계신다. 반려견이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어머니는 이 반려견의 사료를 사기 위해 1시간이상 떨어진 곳에 매번 걸어서 다녀오신다. 몇킬로가 되는 사료는 어머니의 두손이 빠질 정도로 무겁고, 집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길은 난코스 중에 난코스다. 딸인 카테리나상은 이런 불편함을 덜어주기위해 전통모터가 달린 자전거를 어머니 선물로 선택했다. 대성공이였다.


우크라이나 현지 촬영팀이 체르노빌을 지나는데, 갑자기 그녀가 차를 세워달라고 한다. 그녀는 배를 움겨지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한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음악이 흐르면서 그녀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그녀의 가족은 옛소련 시절 체르노빌원전에서 3.5km가량 떨어진 곳 프리퍄치(우쿠라 이나어Прип'ять)마을에 살았다. 아버지는 원자력발전소 부지내에서 직원들의 작업목을 세탁하거나 새옷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1986년 4월 26일, 그녀가 생후 1개월이 될때, 상상하고싶지도 않은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그들은 각지를 전전하며 최종적으로 키예프에 세워진 가설주택에 입주했다.


당시 키예프시내는 여러 지역으로 나뉘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곳을 피난민들에게 할당했다. 그곳은 생활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그녀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1학년에 6학급이였고 1학급당 30명 중 10여명은 피난민 애들이였다. 그들은 졸업할때까지 왕따나 차별을 당했다.


그녀는 4자매 중 막내다. 자매들은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모두 음악재능이 있었다. 한지만 프로연주가가 된것은 셋째언니와 그녀뿐이다. 그녀가 반두라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어머니가 음악에 소질이 있어, 아코디언연주가가 되고싶어 음악학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학비를 마련할려면 집을 팔아야한다»고 하여 그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아픈 추억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자식들이 음악활동을 할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당시 키예프에서 음악활동을 했는데 독일과 체코 등 여러 나라가 우리 난민을 지원했다. 우리의 콘서트를 보러 키예프까지 온 독일담당자로부터 공연제의를 받아 7살때 독일에 다녀왔다. 일본은 1996년 10살때, 포토저널리스트인 히로카와 류이치(広河 隆一)상 초대로 원폭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방문하여 역사적인 체험을 하게 되었다. 두번째 일본방문은 12살때인데, 그때 «언젠가 이 곳에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인의 친절함, 우리를 많이 귀여워해줬다. 선물로 받은 종이학은 키예프 어머니집에 아직도 장식되어 있다.


음악전문학교 졸업 후, 2006년 일본에서 음악활동하고 있던 언니의 제안으로 그녀도 일본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고, 후쿠시마원전이 멜트다운 되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2번째 원전사고를 접한 것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후쿠시마는 아니지만 매우 큰 충격이였다. 체르노빌원전사고로 부모님이 저희를 지킨 것처럼 그녀는 가족을 지키는데 필사적이였다.


그녀는 지금 개인음악활동을 하면서 «체르노빌어린이기금»이라는 단체의 후원으로 일본에서 열린 콘서트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이 계기로 언니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사고피해지를 방문하여 체르노빌원전사고로 인해 일어난 그들의 경험담과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음악으로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다.


그녀의 스토리와 원전을 결합시켜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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