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 한그릇 먹는 것이 소원이였을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쌀밥은 비만의 주원인인 탄수화물 덩어리로 취급되어 찬밥신세다. 밥심으로 열심히 일했던 1970년대 1인가구의 쌀소비량 136kg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줄곳 내리막길을 걸으며 반토막도 안되는 59kg까지 추락했다. 한국방송사도 농업의 꽃으로 불리는 쌀소비를 촉진하고 쌀농가를 살리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난 거기에 수없이 불려다니며(쌀주제로 7편, 농업주제로 15편이상), 그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쌀은 레드오션이 아니고, 블루오션이다.
니가타현(新潟県,정확한 발음은 니이가타현), 일본에서 쌀에 대해선 논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쌀의 고장이다. 니가타현은 19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인구 136만명으로 도쿄보다 인구가 많았다. 이 역사는 일본인도 잘 모른다. 19세기까지는 경제중심이 1차산업이였기에 작물의 왕인 쌀을 얼마나 재배하는 것이 중요했다. 니가타현은 벼농사에 적합(봄부터 여름까지 비교적 날씨가 안정적이고 강수량도 적당하고 겨울에는 산간지방에 눈이 많이 내려 그것을 농업용 용수로 활용)할뿐만 아니라, 해운의 주요 루트(쿠로시오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태평양노선은 당시 선박이 향해하기가 어려웠고, 동해쪽의 회전항로를 이용)까지 갖춰 번성할 수밖에 없었다.
1차산업을 강화시켜라
일본정부에 등록된 쌀품종은 900종류, 식탁용 쌀밥으로 생산되고 있는 품종은 대략 290종류가 있다. 그 중 니가타현을 대표하는 쌀품종은 코시히카리다. 한국에서도 이 품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꺼다.
코시히카리(コシヒカリ)는 1944년 니가타현농업시험장에서 노우린(農林)1호(수확량이 많으나 도열병에 약함)와 노우린22호(품질도 좋고 도열병에 강함)를 교배해서 만들었다. 이 교배 품종은 후쿠이현농업시험장에서 길러지고, 1953년에 에츠난(越南)17호로 니가타현에 금의환영되었다. 이 품종은 어디서든지 재배가능하고 수확량도 좋고 품질도 좋았으나, 줄기가 길어 잘넘어지고 도열병에 조금 약한 것이 흠이였다. 당시는 쌀밥의 맛보다는 생산량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할 여유가 없었다. 드디어 1956년 니가타현에서 수확량보다 맛난 쌀밥을 찾는 시대가 올것이라고 확신하며 천신만고 끝에 코시히카리를 개발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코시히카리의 이름은 “越の国に光に輝く”, 코시노쿠니(越の国-지금의 니가타현, 토야마현, 후쿠이현이 있는 곳)에 빛이 휘날리다는 염원을 담는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니가타현은 쌀생산면적과 쌀생산량 전국1위, 1인가구 쌀소비량 TOP3,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비싼 쌀(1kg당 1만 1304엔, 현환율로 1kg당 12만 7천원) 미나미우오 누마(南魚沼) 코시히카리 쌀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니가타현 고급 사케의 원료가 되는 주조용 쌀품종인 코시탄레이(越淡麗)를 육성하고, 소비자 욕구에 맞는 다양한 쌀품종(향기나는쌀, 일반배아쌀 3배사이즈, 저아밀로오스쌀 등)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쌀시장에서 경쟁력(종자는 미래의 먹거리)을 높이고 있다.
2차산업으로 쌀상품을 다양화하고 시장을 키워라
식탁용 쌀소비량은 매년 내리막길이다. 이건 피할수 운명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음식의 글로벌화로 1970년대로 우린 돌아갈수가 없다. 하지만 쌀을 활용하여 부가가치 가 높은 가공식품을 만들어낸다면 솟아날 구멍을 찾을수 있다. 일본의 식량자급율은 38%(2018년 기준)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 중 밀가루는 90%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니가타현의 지자체는 이곳의 주무기인 쌀을 활용한 “R10 프로젝트” 밀가루 소비량의 10%이상을 쌀가루로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2008년부터 실시하여 현재 니가타현에만 144 개 업체가 등록되었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쌀가루협회에 따르면, 쌀가루소비량은 매년 증가하여 올해 약 4만톤이 필요하나, 생산량(3만톤)이 따라가주지 못할정도로 붐이라고 한다. 쌀고장의 프로젝트가 현재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서 쌀시장을 넓혀주고 있는 셈이다. 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이 포함되어있지 않아 소화도 잘되고 먹기 부담없고, 밀가루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대용식자재로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시장이 형성되면, 제분과 가공기술도 향상되고, 소비자욕구도 커지게 된다. 그 결과 대형, 중소형업체 가리지 않고 쌀가루를 활용한 신상품에 열을 올리고, 빵이나 면종류외 만두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쌀가루가 대활약하고 있다.
니가타현의 쌀가공식품을 보면, 종합백화점 같다. 그 선두주자가 쌀과자업체다. 2019년 일본 과자시장은 3.6조엔(현환율로 40조원)이다. 그 중 쌀과자시장은 10%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3,600억엔(현환율로 4조원)의 쌀과자 시장 중, 니가타현이 1,900억엔(현환율로 2조1천억원)으로 절반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한 틈새시장을 공략한 상품들도 많다. 쌀음료의 대표주자 아마자케(甘酒, 멥쌀 또는 찹쌀을 죽 상태로 끓이고 쌀로 만든 누룩을 넣어 전분을 당화시켜 만든 음료)다. 건강음료 이미지를 달고 매년 시장이 성장 중이다. 그 배경에는 니가타현이 사케의 고장으로 좋은 누룩을 만드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보니,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소비자 니즈를 사로 잡을수 있었던 것이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쌀쿠키(27개 알레르기식품을 제거)가 보육원에서 인기이고, 재난으로 인해 피난처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피난민을 위해 만들어진 알파쌀(5년 보존가능, 물만 넣고 20분만에 밥이 완성)은 일본 전역 의 방재비축품으로 주목받고, 쌀가루로 만든 슈크림은 해외에서 반응이 좋고, 쌀식용유, 쌀식초, 쌀된장, 쌀화장품, 쌀겨건강보조식품 등 가공식품을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박 중의 대박은 바로 사케다. 현재 니가타현은 89개 양조장이 있다. 1차 산업이 튼튼하다보니, 고급사케는 이 지역을 지탱해주는 지역기반산업이 되었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그 수출액은 매년 증가하여 현재 234억엔(현환율 2,600억원)에 달한다. 반짝 히트치는 것보다, 롱셀러가 있다는 건 그야말로 무기 중의 무기다.
3차산업으로 홍보하라
매년 3월이 되면 니가타현이 들썩이다. 바로 사케노진(酒の陣) 사케축제가 열린다. 2,000엔 입장료를 내면 500종류이상의 사케를 무제한 마실수 있기에 전국에서 약 14만명이 방문한다. 그 경제적 가치는 무려 30억엔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스토리가 없는 축제(아이돌가수를 초대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음식들만 로 가득 채워진 부스 등)보다는 니가타현의 쌀을 가지고, 전국의 애주가들 입을 즐겁게 해주는 사케를 만들어 지방도시를 PR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야말로 6차산업의 결정체다.
지자체는 4월 1일을 쌀가루의 날로 지정하고, 쌀소비와 지산지소를 추진하기 위해서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 중심으로 쌀&쌀가루 요리콩쿠르 개최하고 올해 12회째를 맞이한다. 2005년부터 전국주먹밥선수권을 개최하고, 2018년에는 명품 쌀을 생산하는 미나미우오누마의 코시히카리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주먹밥세계챔피언쉽도 주관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 전개해나고 있다. 이 기운을 받아 2020년에는 매년 전세계에서 발생되는 2만 6천여권의 요리책과 와인책 중, 가장 우수한 책을 선정하는 Gourmand International(1995년 설립, 요리책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림)의 쌀부분에서 니가타현의 주먹밥레서피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니가타현은 관광분야에서도 쌀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 부농관(富農の館)으로 불리는 북방문화박물관(北方文化博物館)에서 니가타현의 만석꾼으로 불리는 이토집안의 역사를 배우면서, 전기밥솥이 아닌 아날로그식으로 밥을 짓어 식사도 할수 있다. 그 맛이 끝내준다.
한국에서는 쌀과자가 인기가 별로 없지만, 니가타현은 쌀과자 왕국답게 즉석에서 쌀과자를 만들어 먹어볼수 있는 체험관도 있다. 최근에는 이 지역의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지역농산물로 만든 특별식을 먹으며 식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레스토랑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4차산업으로 쐐기를 박아라.
한국이든 일본이든 1차산업의 고령화문제는 피할수 없다. 일본에서도 농업은 3K(한국의 3D직종처럼) 위험하고, 지저분하고, 힘들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4차산업, 즉 스마트농업은 그들을 농업으로 끌어들이기 좋은 미끼다. 드론으로 벼생육 상태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AI로 분석하여 필요한 곳만 집중 관리한다. 논에 공급하는 물의 수문을 자동으로 관리시스템도 있고, 로봇으로 벼생육을 방해하는 잡초를 제거하고, 그야말로 최첨단이다. 농가 어르신들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벼농사에 활용한다.
이처럼 쌀농사가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시도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지역의 소중한 자원을 내팽겨치지 않고, 긴 시간동안 현장에서 땀흘리며 습득한 노하우에, 새로운 과학기술이 융합되어 니가타현의 쌀은 호강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전세계가 비상이다. 이로 인해 식량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민간기업-농가들이 힘을 모아서 위기의 한국 쌀농사를 살릴 기회다. 그 답을 니가타현에서 찾아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