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본부의 드라마 아이리스는 최고시청률 39.9%로 인기절정이였고, 일본 지상파에서도 대히트를 쳤다. 흰 눈꽃으로 뒤덮힌 아이리스의 일본 촬영지는 한국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드라마가 종영하자말자 아키타에 한국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단기간에 3억 8천만엔(당시 환율 기준으로 50억원이상)의 경제적 안겨줬다고 한다. 이 소문이 일본 지자체에 퍼져나가면서 너도나도 한국드라마 유치를 위한 로비활동이 쇄도했다고 한다. 조금만 빨랐으면 큰돈을 만져 봤을텐데, 난 아이리스의 fever가 끝난 2014년 이 지역의 명물먹거리인 “이부리갓코(いぶりがっこ)”취재로 K본부 요리인류팀과 함께 다녀왔다.
음식다큐멘터리 명장인 이욱정선배와 함께하는 취재는 항상 신선하고 즐겁지만, 그 준비과정은 다른 취재에 비해 꽤 힘들다. 모든 제작자가 컨텐츠영상의 완성도를 높일려고 노력하지만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많이 쉽지 않다. 그는 해외촬영이더라도 사전답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카스테라편은 제작진과 함께 사전답사를 다녀왔지만, 이번엔 나 혼자 가게되었다. 솔직히 부담이 되긴했지만, 믿음직한 코디네이터로 인정 받은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해외촬영에서 사전답사는 꿈만 같은 일이다. 국내취재라면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조사한 자료와 전화상으로 사전취재한 내용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사전답사가 일반적이지만, 해외로케는 제작예산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관계로 사전답사는 하늘에 별따기다.
난 중요한 책무를 맡고 아키타현으로 향했다. 현지 공무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이부리갓코 제조현장을 하나씩 둘러봤다. 무를 훈제하고 이를 절여서 만든 이부리갓코가 참 신기했지만, 요코테시와 유자와시 산간지방의 방언을 도통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일본 방송에서도 지방 취재시, 담당피디나 출연자가 방언을 알아듣지 못해서 현지인이 통역을 해주는 경우가 종종있다. 나 또한 요코테시 공무원인 이토상의 도움을 받으며 무사히 답사를 마칠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아키타현의 남부지역에 위치한 유자와시(湯沢市)의 오가치노(雄勝野)는 산간지 방으로 일조시간이 적고 눈 내리는 시기가 빨라 가을에 수확한 무를 햇볓에 충분히 말릴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마다 난방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이로리(囲炉裏 장작난로)의 불과 연기로 무를 훈제해서 말리고, 이것을 초겨울 저온에서 절여서 추운 겨울내내 반찬으로 즐겨 먹었던 이 지역의 소울푸드다.
1955년대부터 이로리가 점차 없어지고 그 대신 가정용 스토브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김치처럼 집집마다 맛이 달랐던 이부리갓코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 옛맛을 지켜나가기 위해, 1965년 키무라상(K본부가 취재한 곳의 대표)이 발벗고 나섰다. 엄청난 노력 끝에 키무라상의 어머니가 해주시던 최상의 이부리갓코를 만들어냈다. “이부리”는 훈제하다이고, “갓코”는 아키타현의 방언으로 절임음 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2월 1일(월), 우린 아키타공항에서 상봉했다. 1시간반을 달려 오카치노에 도착했다. 사전답사때 키무라상이 얘기하기론 12월초는 눈이 안내린다고 했는데, 전날부터 눈이 펑펑내려 설국이였다. 이번 촬영을 위해 남겨놓은 무밭이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두 부자는 손이 엄청 시릴텐데 그 속에서 무를 뽑고, 무를 어깨에 매고 눈이 펑펑내리는 산길을 걸었다. 한편의 영화였다. 예전에 사용하던 훈제실에서 옛방식데로 장작을 피고, 부자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무를 걸었다. 동선연출을 하지 않아도 엄지손가락이 저절로 올라갈정도로 완벽했다. 또하나 비밀이 있었다. 예전같으면 훈제실이 하나밖에 없어서 이브리갓코를 만들려면 4-5일간 걸리는데, 새롭게 짓은 곳에는 훈제실이 무려 4군데였다. 이 과정은 하루만에 끝냈다. 원래1차 촬영을 마무리했다.
두달 뒤 절임과정을 찍기위해 다시 키무라상을 찾았다. 두번째 촬영이라 그런지 그들은 우릴 편안하게 대해줬다. 절임과정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고, 미리 담궈놓은 저장창고에서는 발효할때 기포가 발생하면서 소리가 나는데 이것도 놓치지 않고 동시녹음 남감독이 깔끔하게 처리해줬다.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요리인류의 간판영상인 레일을 깔아 이부리갓코를 들고 행복가득한 가족 달리영상을 찍고 대장정의 취재를 마무리했다. 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신이 허락해준 자연환경 때문에 100점만점 취재를 할수 있었다.
아키타현에 가신다면, 꼭 이부리갓코 맛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