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희망한국의 지름길이다 1편 "의료복지"

by 에도가와 J

헬조선, 반퇴세대, 금수저와 흙수저, 여혐혐, 쉼포족 등 일상에서 자주 쓰고 듣는 신조어들이다. 언어가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신조어는 한국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수 있다. 살기 어려운 한국사회를 비유한 “헬조선”, 조기퇴직을 한 후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세대 “반퇴세대”, 여혐현상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여혐혐”,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삶을 사는 현대인을 비유한 “쉼포족”,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


희망이 있는 한국이 될순 없을까? 난 단연컨대 말한다. 복지가 답이다.


한국방송사의 단골취재거리는 “고령화”다. 2018년 K본부 <2018년 국민건강보고서, 치매>를 시작으로, 2019년 K본부 <커뮤니티케어>와 Y본부 <치매라도 괜찮아, 치매 안심사회 만들기> 제작을 위해 일본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는 후쿠오카현의 오무타시(大牟田市, 정확한 발음은 오오무타시)에 다녀왔다.


치매의 치(癡)는 어리석을 치로 남은 생애에 지적능력이 부족하고, 매(呆)는 멍청이로 멍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일본에서는 당사자에게 치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인권을 무시할 정도로 모멸적이고, 사회에서 당사자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확산되지 않기 위해 인지증(認知症)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앞으로 나 또한 치매가 아닌 인지증으로 표현하고 싶다.


오무타시는 20년전만해도 인지증에 무지한 도시였다. 번성했던 탄광도시는 90년대초 폐광되면서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큰도시로 떠나면서 인구는 점차 줄게 되었고, 인지증을 가진 어리신들의 돌봄이 지역사회의 문제(가장 번성했을때, 오무타시의 인구는 20만명이였고, 2020년 기준 11만 1천명에 고령화율 36.3%. 10만인구 도시 중 고령화율TOP3)가 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인지증환자였는데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시오마치할머니의 얘기에 따르면, 당시 일본에서 인지증은 유전이 된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아 인지증환자를 둔 가족은 폐쇄적이였고, 병원에 가서 입원시켜달라고 해도 이것은 노환이니까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라고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이런 일로 목숨을 잃는 동네주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하며, 집집마다 방문해 한사람 한사람이 인지증환자의 돌봄이가 되어주는 SOS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녀는 오무타시에서 없어서는 안될 “SOS네트워크”의 창시자이고, 한 시민의 노력끝에 오무타시는 인지증을 숨기지 않는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SOS네트워크는 고령자가 행방불명이 되었을때, 지자체와 경찰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활관련단체(교통기관,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생위원, 상점가 등)가 수색에 협력하여 신속하게 행방불명자를 찾는 시스템이다. 오무타시는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SOS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애정넷(愛情ネット, 지역의 방재, 범죄 등 정보를 휴대전화에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가입자 1만여명에게 실종정보가 전송되어 오무타시 전체가 행방불명된 인지증환자를 찾는다.


인지증전도사로 일본사회에서 인지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해준 오타니 루미코(오무타시 치매라이프 서포트연구회 대표)대표에 따르면, 일본이 1980년부터 고령화 길을 걸어오면서 인지증을 가진 사람들을 정신질환의 환자로 취급하고 정신병동이나 요양원에서 격리생활을 시키며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받지 못할 정도의 신체구속이 만연했다고 한다. 그래서 1998년 큐슈의 중심도시인 후쿠오카의 대형병원들이 나서서 환자의 신체구속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는 후쿠오카병원선언으로 불리며 정신병동에 격리된 인지증환자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그동안 인지증환자들이 처해있던 열악한 환경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2000년부터 누구나 걸릴수 있는 병으로 간주하고 인간중심케어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정부도 인지증환자에 대한 접근방법을 전면 수정했다. 인지증은 무조건 악화되고 고칠수 없는 병이 아니라, 인지증환자들은 환경과 제대로된 돌봄으로 본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거나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지낼수 있다는 것을 전국민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2005년부터 노인의 존엄성 유지와 자립생활지원의 목적하에 가능한 한정된 지역에서 자신다운 생활을 인생최후까지 할수 있도록 지역의 종합지원서비스인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역의 노인종합상담, 권리 옹호화 지역의 지원체제만들기, 개호예방 필요한 지원 등을 통해 노인보건의료의 향상과 복지 증진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지역포괄케어 실현을 위한 핵심 기관으로서 시정촌에 설치되어있는데, 2017년 기준 전국에 5,079개소가 설치되어 있고 매년 증설되고 있다.


오무타시의 인지증정책은 지자체와 민간기업(사회복지시설)과 개인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체계적이면서도 도전적이다. 처음에는 인지증환자의 정책에 대해서 지자체와 민간인들이 많이 싸웠다고 한다. 지자체는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현장에 답이 있임에도 불구하고 탁상공론에,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행정처리속도가 느리고 등)에서 탈피를 못하고, 민간인들은 그들을 설득시키고 이해하고, 속도조절을 하면서 균형을 맞춰야하는데 너무 앞서가다보니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옛말에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이런 싸움이 있었기에 일본에서 인지증환자 정책의 강자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구든지 인지증환자가 될수 있기에, 어떻게 하면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지역주민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매년 9월이 되면 인지증SOS네트워크모의훈련(인지증환자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설정하고, 여러 관계기관에 정보를 전달하고, 수색하고 보호하는 실전훈련이다) 실시하고 있다. 올해 17회를 맞이하며, 이 정책은 오무타시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지증교육인 “인지증그림책교실”을 실시한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듯이, 어렸을때부터 인지증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지역의 주민이자 민생위원인 시오마치할머니와 오타니상은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한다. 인지증은 이제 누구에게나 생길수 있는 친숙한 병, 흔한병으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각자가 할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린다.


소규모다기능개호시설수도 단연 1위다. 2006년 개호보험제도개정을 통해, 인지증고령자와 증증환자가 본인이 편안하게 살고 있던 곳에서 생활을 지속하며, 새로운 개호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지역밀착형 시설이다. 오무타시는 현재 25곳이 있다. 데이서비스를 중심으로 가정방문개호와 터미널(Short Stay, 임종을 앞둔 중증환자가 케어를 받으면 거주)서비스를 364일 24시간 지원한다. 이곳에는 의료전문지식을 가진 간호사도 있다. 이용자 집에 방문하여, 밥먹는 것, 약먹는 것을 챙기고, 당뇨병 같은 환자는 인슐린 주사까지 직접 챙긴다. 개호등급만 받으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개호를 받을수 있다.


민간 그룹홈(지역밀착형 개호서비스 중 하나인데, 인지증환자들이 각자의 방에서 거주하며, 공동생활하는 시설)도 훌륭하다. 본인이 살았던 집처럼 환경을 꾸며주고, 단순히 돌봄직원이 그들을 케어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증환자의 증상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한다. 예를 들면, 과거 네일샵을 운영했던 환자에게 기억을 되살려주고자 그녀가 실력발휘 할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거나, 목수업무를 했던 환자는 목공예품을 만들고 그룹홈 내에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악기를 잘다루는 환자에게는 악기를 제공해 즉석노래방이 만들어지고 모두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즉 그들의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돌봄직원들은 유치원의 유아노트처럼 그들의 하루일과를 사진과 함께 꼼꼼히 적어서 환자가족들에게 제공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무타시는 관민일체가 되어 2003년부터 “인지증환자와 함께 더불어 사는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인지증코디네이터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년간 400시간 교육을 받는데, 인지증에 대한 지식과 케어기술을 습득에 그치지 않고, “인간중심의 케어”의 가치관을 공유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2006년부터는 오무타시 그룹홈과 소규모다기능개호시설의 사업자들이 반드시 인지증코디네이터 자격을 갖춰야하고, 지역포괄케어센터에도 인지증코디네이터가 반드시 배치되어 있고, 현재 인지증코디네이터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오무타시는 인지증케어로부터 쌓아온 인간중심의 케어 가치관을 복지뿐만 아니라, 산업 및 교육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갑과 을 관계의 수직적 관계를 철폐하고, 오무타시를 포함한 지역 내외의 다양한 주제와 연계하여 오무타시의 새로운 가치의 발견, 창출, 지역 과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오무타미래공창(共創)센터를 설립했다. 기업이 참여하여 인지증환자가 더 자신다운 삶을 살수 있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지증교육의 노하우를 IOT테크놀러지와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프로토타이핑(이용자의 요구사항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을 개발하여, 한사람 한사람 주민의 웰빙에 도움이 될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고 있다.


한국도 65세 이상 시니어 중 10%가 인지증환자(75만명)이고, 80세로 넘어가면 4명 중 1명이 인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 인지증국가책임제를 선포하고, 인지증치료비 본인 부담율을 인하, 장기요양등급의 적용기준을 완화, 인지증안심센터를 256개로 확대, 인지증전문병원과 요양원을 확충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한다. 사회복지비(현재 인지증환자 1인 관리비용이 대략 1년에 2000만원, GDP1%인 18조정도)는 많이 들어가지만 회피해서는 안된다. 모 광고에서 Nothing is Impossible란 카피가 있다. 10만이 조금 넘는 오무타시도 정부-민간기업-개인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멋지게 해냈다.


한국이 강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복지를 놓쳐서는 안된다. 복지는 국가의 경쟁력이고, 복지가 희망한국의 지름길이다.





keyword
이전 22화시골빵집에서 희망을 쏘다 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