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희망을 쏘다 전편

by 에도가와 J

일본의 한 시골빵집 얘기가 한국에서 화제거리다. 2014년 6월에 출판되자말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타루마리(タルマーリー). K본부 요리인류팀의 이욱정선배 명을 받고 이타루상과 마리상을 만나러 오카야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타루마리는 오카야마공항에서 차량으로 대략 1시간반정도 떨어져있는 인구 1,700여명이 살고 있는 카츠야마(勝山)에 있었다. 이마을의 첫인상은맑은 강물에 낚시를즐기는 강태공들의모습, 전주한옥 마을처럼일본전통가옥이 즐비하고집집마다 형형색색으로물든 문양으로 만들어진 노렌(暖簾일본식간판)이 걸려져있는아름다운 곳이였다.



타루마리 가게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분주했다.난 아내인 마리상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30여분 기다렸다. 그 동안 새벽부터 정성드려 만든 빵을 먹었다. 그런데 항상 슈퍼마켓이나 프렌차이즈 빵집의 자극적인 빵만 먹어서 그런지 별로 맛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맛에 대한 의문은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타루마리에서 만드는 빵은 우유, 달걀, 설탕,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의 밀과 히루젠의 깨끗한 샘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천연발효로 얻는 균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심플한 맛이 난다. 타루마리의 가게이름은 남편의 이름인 이타루에서 “타루”를 아내의 이름인 “마리”를 합쳐서 만들어졌다.


몸에 좋은 빵을 지역농산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며, 지역경제 순환을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다. 예를 들면, 비싸더라도 지역농산물을 고집하고 다양한 소상공인들을 발굴하여 협업을 통해 상생하고 부자가 되기보다는 빚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하도록 재분배와 재투자 한다. 그들의 이런 노력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 같았다.


미팅은 순조롭게 끝났다. 부부로부터 취재협조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난 이타루상이 집필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왔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책은 일본 시골마을의 한 빵집에서 벌어지는 소리없는 경제혁명에 대한 예기다. 저자인 이타루상은 현대사회의 자본주의논리에 따라 부정이 판치는 세상에 신물이나 자신의 철학을 실현시키고 삶의 균형을 찾고자 빵집 “타루마리”를 열게 되었다. 그의 양심있는 자본가의 모습에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큰줄기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천연균&발효라는 두 역할을 조화롭게 접목시켜 우리에게 마르크스 강의를 색다르게 들려준다. 21세기 일본 도쿄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 영국 런던의 노동현실을 비교하며 마크크스와 천연균이 만난다. 균형은 순환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며 균의 의해 발효와 부패가 일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은 음식, 즉 부패와 순환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 주장한다. 이에 ‘부패하는 경제’만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히루젠고원에서 레스토랑 운영을 하는 타케우치상

갑작스런 게릴라 폭우때문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하지만 30분간 그와의 토크는 즐거웠다. 그는 토쿠시마현 출신이지만, 홋카이도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리지 않고 치즈 만드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 2011년 지금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타케우치상은 대학시절 지도교수가 해준 얘기가 일하는 원점이라고 했다. “귀찮은 것이 즐거움이다. 오래전부터 생활해온 터전에서 그들만의 옛방식으로 만들어진 것, 이 방식은 귀찮을 정도로 손이 많이 들어가지만,입속에 넣는 순간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함”을 느낄수 있기 때문에 그는 1에서 10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한다.


그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빵을 구으면서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2.5헥타르에 달하는 목장에 양 6마리와 염소5마리를 보살피고, 우유를 짜고, 그것으로 치즈를 만들면 하루가 금방지나간다. 그는 소도 키우고 싶은데, 방목해서 키울려면 1마리당 1헥타르의 면적이 필요하여 현재는 어려운 상태라고했다. 이 지역은 12월부터 2월까지 눈이 엄청 내려 레스토랑 영업을 할수 없어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방목한 가족들(양과 염소)를 보살펴야하기에 꿈도 못꾼다고 했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부족한 공부하거나 치즈만들기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고자하는 그의 정신에 머리가 숙여졌고 자극이 되었다.



자연재배에 도전한 농부들 - 쿠와바라상과 타카야상 부부

법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갈 농부들! 너무 순수하고 순박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이타루상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책이 유명진 것과 한국방송사가 취재온 것에 놀라운 눈치였다. 그들은 자연재배를 한다. 자연재배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재래종을 토양이 가진 힘으로 길러낸다. 유기농재배보더 더 어려운 농법이다. 쿠와하라상은 자식이 어렸을 때, 아토피로 고생했는데 자연재배한 농산물을 먹고 아이가 건강해져서 농업에 발을 드려놓았고 했다. 타카야부부는 요코하마시청의 공무원이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현대사회의 경제자본론에 회의를 느끼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힘에 매력을 느껴 농사 중에 제일 힘든 자연재배에 도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너무 좋고, 예전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도심에서 누릴수 없는 여유로움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난 그들의 삶에서 진정학 행복이 무엇인지 를 배울수 있었다. 매일 흙을 만지다보니 그들의 손톱 주변이 시커멓고, 시골에서 흔한 복장인 장화와 작업복을 입고있었지만 너무 멋져보였다. 5년뒤, 2019년 7월에 난 그들을 귀촌의 테마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죽세공 장인, 히라마츠상

그의 첫인상은 어리숙해보였다. 오카야마현의 사투리와 옹알옹알 거리는 어투는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어렸을때부터 대나무가 무성한 자연속에서 자랐다. 예전에는 대나무를 기르는 사람, 자르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가공해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기계가 차지하고 플라스틱이나 싼 대체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보자는 의미에서 죽세공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카츠야마의 죽세공장인에게 한달에 1번씩 수업을 받다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며 어깨 너머로 배웠다. 죽세공의 배움은 도제식이라 능숙하게 될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지금은 꿋꿋하게 혼자서 하고있다.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난 옛전통을 지켜나겠다는 그의 집념을 느낄수 있었다.


그는 카츠야마 마치나미보존지구에서 개최될 여름축제때, 피리를 맡게되었는데 한소절을 들려주겠다며 나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솔직히 그의 연주실력은 별로였다. 하지만 지역일원으로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두 손 모아 박수를 칠수 밖에 없었다. 참 때묻지 않은 친구라는 걸 새삼 느끼며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2018년 11월, K본부“미래자원 숲”의 주제로 마니와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를 만나진 못했다. 염직공방의 카토상에 따르면, 그는 결혼해 토끼 같은 이쁜 자식을 낳고 알콩달콩 잼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사업도 번창하여 작품전까지 열었다고 했다. 역시 한우물을 파다보면 길이 보이나보다.



고젠슈, 술 장인 츠지 마이코상

이 지역의 자랑거리는 바로 사케다. 물좋고, 쌀좋고, 공기좋으니 두말할 것도 없이 술 맛이 끝내준다. 고젠슈는 1804년 창업해 올해 216주년을 맞이했다. 7대째로 회사운영은 남동생이 총괄하고 술은 장녀가 빚는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난 내귀를 의심했다. 여성이 사케장인이라고? 일본의 경우, 여성이 술독에 들어가는 자체를 금기시 한다고 들었는데 고젠슈는 기존틀을 깨버리고 장녀인 마이코상이 바톤을 이어받은 것이다. 현재 일본전국에 사케를 만드는 곳이 대략 1,000여곳이 있는데, 그 중 여성 사케장인이 있는 곳은 30여곳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어렸을땐 시골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고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버지 업을 이어받아 여성 사케 장인에 도전했다고 한다. 타루마리의 이타루상에게 특별히 도와준 것은 없지만, 누룩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가 공부의 대상이었다고 겸손했다.


그녀는 빵누룩과 술누룩은 만드는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술은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필요한데, 빵은 전분과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서로 발효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주 얘기를 나눴고, 이타루상이 꽤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한가지 대박인건, 그녀가 다녔던 대학에 재직중인 교수님이 이타루상의 아버지였다는 것이다.



초목 염직공방 카노우상

카노우상은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초목염직공방은 대대로 선조가 술을 만든 양조장이였다. 그 역사가 250년으로 고젠슈보다 오래되었다. 전쟁후 술판매업으로 바뀌었고, 그녀가 도쿄에서 미술공부를 마친 1997년에 카츠야마로 돌아오면서 염직공방으로 탈바꿈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할머니와의 생활은 꽤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서 지금의 염직공방을 할수 있었다고 했다. 역시 한국이든 일본이든 부모님의 사랑과 응원은 큰힘이 된다. 그녀는 타루마리가 이곳에 터전을 잡을 수 있도록 가게를 알아봐주고 계약까지 성사시켜줬다. 그녀가 없었다면, 타루마리도 이곳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또한 카츠야마 마치나미보전지구에 빈집이 늘어나, 그녀는 지역활성화를 위해 젊은 작가들을 이곳으로 불러모아 예술적 활동을 지원하고 이 지역의 전통을 지키기위해 천으로 만들어진 집집마다 다른 노렌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장본이다. 무려 100여개가 넘는다. 고향인 카츠야마에 대한 사랑이 철철 넘치셨다. 그녀는 여담으로 타루마리가 들어와서 모닝커피와 함께 건강한 빵을 매일 먹을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등장인물들을 만나보고 느낀 것은 어떤 일이든 한사람만이 잘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수 없다는 것이다. 타루마리의 이타루상은 그가 원하는 빵을 만들기위한 최적의 장소인 카츠야마를 찾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설령 원하는 장소를 찾더라도, 뿌리를 내릴려면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안된다. 그들은 열린마음으로 타루마리를 받아들여줬고, 타루마리는 그 축복된 환경 속에서 그들이 젤 잘하는 건강한 빵으로 상생하고 있었다. 그들의 노하우를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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