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믹스터(Mixter)를 들어보셨나요? 섞다라는 뜻의 Mix와 일반적 남성 존칭인 Mister를 혼합한 것인데,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으로 구분되길 원하는 성적소수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칭이다. 일본온지 12년 동안 내가 보고 느낀 건, 일본방송이 한국방송에 비해 성적소수자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방송뿐 아니라 광고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그들의 능력도 인정하고 시청자들도 많이 응원한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바로 美의 카르스마, 잇코(IKKO)다. 난 그를 2012년 방송동기형이 담당하는 K본부 <뷰티의 여왕>의 취재로 만났다.
항상 그렇듯 번개불에 콩볶아먹듯 준비해야했다. 잇코상 사무실연락처는 검색해도 나오질 않고, 보내놓은 메일의 답장도 없어서 답답했다. 그런데 예전에 내가 취준생때 합격했던 일본외주제작사의 제작피디인 히오키상이 잇코상 프로그램을 맡은 적이 있어 메니저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선뜻 연락처를 넘겨줬다. 너무 고마웠고,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명균형에게 희소식을 전할수 있어서 하늘을 나는 기분이였다.
구세주 덕분에 손쉽게 잡은 사전미팅에 한국에서도 급하게 날아왔다.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롯본기 근처에 잇코상의 아틀리에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급스런 의자, 탁자위에 놓여있는 형형색색의 향수들, 명품 상들리에가 뿜어내는 빛을 머금고 화색을 띈 그림 미술관에 온 느낌이였다. 매니저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아 10여분 기다리니 잇코상이 서너명의 여성과 함께 들어왔다. 방송출연때 입는 모습과는 달리, 짧은 금발에 선클라스를 쓰고, 티셔츠를 입은 가벼운 차림이였다. 우린 명함을 주고 받고 본론인 출연섭외를 시작했다. 눈빛하면 김명균PD아닌가, 레이져를 쏴가며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을 했는데, 잇코상이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 옆에 동석하고 있던 한국여성 2명이 잇코상에게 양념을 치면서 우릴 살짝 방해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우린 개의치 않고 그를 계속 설득했다. 그들은 잇코상이 맡고있는 한국화장품 Etude House의 일본계약업무를 총괄관리하는 회사책임자였다. 2시간정도 마라톤회의를 마치고 우린 웃으면서 나왔다.
이틀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됐다. 그의 아틀리에에 정리되어 있는 3000가지가 넘는 화장품과 줄줄이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 잇코류 미의 황금법칙 “탈 컴플렉스”책을 위한 화보촬영현장 그리고 미디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집방문과 개인일상의 모습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체력관리를 위해 매일 죠깅을 한다. 대략 10~15km정도 달리고, 건강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고,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부족한 자신을 갈고 닦았다. 서예, 노래, 모델워킹, 키모노, 요리 등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의 집은 궁전이 따로 없을 정도로 잘 꾸며놨고, 부엌은 언제 이사가도 좋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재미나는건 냉장고가 자물쇠로 잠겨있는데, 저녁늦게 귀가할 경우 살짝 배고픈 배를 달리기 위해 뭔가 먹기시작하면 살찌기때문에 함께 일하는 직원이 냉장고를 자물쇠로 잠구고 열쇠를 가지고 간다고 했다. 침실도 공개해줬는데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에서 공수해온 핑크색의 이불을 덮고 잔다고 했다. 무엇보다 감동받은건, 집촬영 시각이 자정을 넘겼다. 외부에서 활동하고 들어온터라 엄청 힘들었을텐데,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우리 촬영에 최선을 다해 임해줬다. 무사히 스튜디오에 사용할 VCR 촬영을 마쳤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명균형이 집촬영때, 잇코상의 눈빛이 촬영기간내 느끼지 못한 뭔가 기분이 묘한 레이져를 쐈다고 하길래, 내가 차돌릴까라고하니 형이 피식 웃었다.
잇코상은 본명은 토요다 카즈유키. 후쿠오카출신으로 2녀 1남으로 막내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헤어디자이너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미용전문학원에 진학하고 졸업후 요코하마시의 고급미용실에서 8년간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가 30살때, 헤어메이크업아티스트로 독립하며 아틀리에 잇코를 설립하고 일본미디어를 비롯하여 여배우들의 지지를 받는 잇코식메이크업을 완성시켰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일본에 한국의 BB크림을 대히트를 시킨 장본인이고 한국관광명예홍보대사임명, 서울관광대 상수상과 함께 한국화장품을 일본에 알리는 한일교류의 징검다리역할을 한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약이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100회이상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드디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탑승 입박할때 나타나듯, 잇코상도 어김없이 그 법칙에 따랐다. 며칠간 일본에서 촬영하다보니 일반인과 많이 다르고 여성보다 더 섬세해서 뭔가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하던 찰라, 3살배기 나의 아들을 동원해서 출국전에 꽃을 주기로 했다. 이 작전은 대성공이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한번 더 감동을 주기위해, 서울에서 머무를 롯데호텔 방에 웰컴드링크대신 꽃을 준비했다. 아마 이건 명균형이 모를꺼다.
녹화날 출연진들이 삼삼오오 집합하면서 리허설 준비로 바빴다. 잇코상팀도 헤어메이크업할 도구준비로 분부했다. 인상남았던 건, 잇코상이 내가 적어준 한국어(이름, 감사인사 등)를 정성드려 자필로 적어서 대기실 앞에 붙여놓았다. 소소한 그의 표현이였다. 본 프로그램에서 해외유명인사를 초청한건 처음이라 다들 긴장했지만, 녹화는 와기애애하며 마무리 잘 되었다.
난 일본연예인과의 취재가 처음이라 인천공항으로 가는 차안에서 잇코상에게 나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해외촬영의 경우, 언어장벽이 있어서 통역 포함한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일주일간 편안하게 촬영에 임할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본인 성격상 뉘앙스가 달라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확인하고 또확인하고, 중간자의 감정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취재기간내내 인상찌푸리지않고 한결같은 점이 좋았다고 했다.
잇코상이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엄청 고생했을 것이다. 현재도 그 위치를 유지하기위해 자신에게 엄격하고 배우는 자세로 연마하고 있다. 또한 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감사의 표현을 자주했다. 자필로 적은 편지를 주거나, 부담되지 않으면서 유행하는 선물을 하거나, 함께 식사같은 자리에 동행하지 못하면 꼭 매니저가 챙길수 있도록 하는 등 그만의 철학이 있었다. 텔레비젼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이미지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의 프로정신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생각하고 배워야할 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