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 알고 계시죠? “이번 생은 망했다” 절망적인 시대와 사회상을 조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희망자체를 놓아버린 상태로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단면으로 보여주는 신조어다. 요즘 한국의 학생들은 희망없이 학원뺑뺑이를 하며 입시지옥으로 끌려간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 규모는 약 21조원이라고 한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다고 한다. 누구의 말처럼 “돈도 실력이 되는 세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실감할 정도로 소득별, 지역별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한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의 희망과 행복지수를 끌어올릴순 없을까? 단연컨데 답은 교육복지다.
2019년 T본부의 교육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코우치현(高知県 ,한국발음으로 고치현)을 찾았다. 일본교육을 살펴볼려면 수도인 도쿄를 방문하는 것이 상식인데, 47토도후현 (都道府県) 중 인구가 최하위에서 3번째인 코우치현을 방문한다는 것이 의문스러웠지만, 취재 반나절만에 납득이 되었다.
일본에서 코우치현은 여러 가지로 낙후된 지방도시다. 행복지수 꼴등, 빈곤율 전국 2위, 전국학력테스트 중학교정답률도 최하위다. 하지만 지자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없는 살림에 지역을 살릴 무기로,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도구로, 공립중・고등학교에 전 과목 토론, 논술 기반인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 reate)과정을 자국어로 도입한 것이다.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 아닌 혁신이다.
IB교육은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 결성된 비영리교육재단이 운영하는 표준화된 국제교육과정이다. 원래는 대사관들 가족의 잦은 해외파견으로 인해 자녀들의 학업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전 세계 공통된 평가기준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다. 현재 158개국, 5,263여개 학교에서 6,966개의 IB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IB교육의 핵심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며, 자신만의 학문을 추진하면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수업과 미래지향적인 학습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논리적 사고배양, 협동능력 및 창의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우린 2박3일 동안 코우치국제중학교를 이잡듯이 취재했다.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고,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한마디로 눈빛이 살아있었다. 교사들은 칠판에 수업내용을 깨알같이 적고, 암기식의 일방적인 수업방식을 하지 않고, IB교육의 핵심을 키울수 있도록 주인공이 아닌 보조역할만 할뿐이였다. 수업을 주도하는 것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신선하고 충격적이였다.
우린 방송쟁이로서 욕심이 발동했다. 이 학교를 선택한 학부모의 얘기(교육방침 등)도 듣고 싶었고, 애들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취재 중 강한 인상을 남긴 히카루학생을 설득해서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중학교 교사이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들은 궁금했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을 해줬다. 우선 어린 아들을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와 전철로 왕복 2시간반 걸리는데, 코우치국제중학교에 누가, 왜 다니도록 결정했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우리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히카루가 결정했다고 했다. 히카루가 IB체험수업에 참여하고 나서, 본인 스스로 꼭 합격해서 다니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히카루부모는 공교육의 교사로서 어떤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자유분방하고 즐겁게 태블릿 pc로 활용해 자료를 찾고,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획득하고 자신의 생각을 계발하는 것과 시대가 바뀌고 있기에 자신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공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히카루에게는 IB교육이 뭐가 좋은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만약 제가 실패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너가 잘못된거야라고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만 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는게 없다.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고,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물어보고 그것을 머릿 속에 새롭게 새기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이런 것들이 IB교육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발표할수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난 한국의 수업시간에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손을 들고 발표할수 있는 학생이 몇 명 있을까 상상해봤다. 아마도 거의 없을 것 같다. 한국의 학생들을 위해 지금 어른들이 뭘 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유가 없는 지방도시 코우치현은 2008년부터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제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걸 인식하고 가장 우선 순위로 “교육복지”에 힘을 쏟았다. 강력하고 절박한 의지에서 공립학교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능력을 키우는 IB교육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다. IB교육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코우치국제중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이 진정한 배움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