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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싹지기 Dec 05. 2023

꿈은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경주신문 첨성대 칼럼 2023년 11월 9일 게재

성장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진로검사 혹은 직업흥미검사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진로적성과 관련된 심리검사가 개발되어 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진로적성검사는 홀랜드의 직업흥미이론에 따라 6개의 영역으로 구분된 흥미코드를 기반으로 한다. 검사 결과는 피검자의 유형에 맞는 코드를 한 개부터 많게는 세 개까지 도출하게 되어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로검사를 하고 그 결과지를 받아보면 간혹 당혹스러운 경우를 만날 때가 있다. 흥미 코드가 하나도 도출되지 않는, 이른바 ‘0 코드’를 접하게 되는 경우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이런 ‘0 코드’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와 무관하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흥미 코드가 하나도 도출되지 않는 상태를 생각해 보자. 이 상태는 피검자의 마음속에서 ‘꿈’이라는 것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백지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꿈’이라고 표현하는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내면 속에서 스스로 정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태는 굳이 ‘0 코드’가 아니더라도 흥미코드 간의 분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바라는 것이 없다는 상태를 상상해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그런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을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무의식 속에 특정 분야에 대한 자신의 흥미감을 내재하고 있다. 그 흥미가 의식 위로 올라오면 자신만의 꿈으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 흥미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만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동은 아주 어린 나이에도 그의 흥미가 재능으로 드러날 정도로 명확하고 흥미의 크기도 일반적인 경우보다 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흥미를 스스로 꺼내고 그것을 꿈으로 구체화시키는 의도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고,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크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보통의 사람들 중에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동기를 통해서 흥미를 무의식 속에서 꺼내는 경우도 있다. 그 특별한 동기가 만들어지는 가장 좋은 단위는 가장 많은 시간을 접하는 가족이다. 부모의 직업이나 재능이 자신의 흥미와 동일하고 그 부모가 그런 재능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표현하는 경우가 가장 좋은 동기이다. 혹은 부모나 가족 구성원들이 나의 흥미가 의식 위로 떠오를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거나 새로운 도전에 대해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동기가 된다. 간혹 상황적으로 부모의 직업이나 재능을 억지로 이어 가야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히려 자신의 흥미를 억누르게 되어 흥미가 꿈으로 이어지기 어렵게 만들어 내 꿈의 동기가 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적과 입시제도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거나 혹은 그것조차도 방관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흥미와 성적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두고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대부분 성적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아이들의 내재된 흥미를 찾고 격려해서 꿈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다소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는 어느 순간에 자신의 흥미를 인식하고 그것을 꿈으로 구체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하고 그 수도 적다. 일반적으로는 그런 순간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부모들이 인식해야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학업 성적을 기대하기 이전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폭넓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관심이 있는 활동을 접하게 되면 ‘나는 왜 이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그것이 꿈으로 구체화되도록 해야 한다. 꿈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찾아다녀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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