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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싹지기 Dec 30. 2023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한 어른들의 소소한 노력

경주신문 첨성대 칼럼 2023년 12월 21일 게재

청소년들이 올바른 진로를 찾아 나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가장 머릿속에 쉽게 떠올리게 되는 문구가 하나 있다. 기원은 모호하지만, 흔히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인용되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의 저서 ‘It Takes A Village’(1996)에서 “이 속담은 우리의 아이들이 듣고,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이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사람이 될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그런 상호의존적인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상식적인 결론으로 내게 요약된다”라고 서술했다.     

 

여기서 마을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것을 운용하는 시스템이나 체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마을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생활 속에서 보여주면서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 특히 삶의 경험을 생활 속에서 표출하는 어른들의 역할이 마을을 작동시킨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우리의 예전 마을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자. 마을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어른들은 자기 자녀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였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던 어른들에게는 자신과 관계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안겨주는 중요성이 절실히 와닿았을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마을의 아이들을 남으로 여기지 않은 것이 어쩌면 그 시절에는 순리로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순리가 오늘에도 여전히 순리로 남아 있지는 않다. 마을이라는 공동체가 와해되면서 부모들은 공교육에 아이들을 ‘전적으로’ 맡기는 시대가 되었다. 공교육은 학교라는 집단을 통해서 그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고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른 교육의 기회라는 것은 일면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고른 교육의 기회 이면에는 획일화가 존재한다. 획일화 속에서는 개인의 적성이 강조되는 교육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인적자원이라는 상품을 똑같이 생산해 내기 위한 교육 체계와 천편일률적인 교육 기회의 제공, 그 후속 단계는 결국 학습 경쟁이고 그 와중에 개인의 적성을 찾는 노력은 기회를 잃고 만다.     


적성이 무시된 교육 체계에 길든 부모들은 학습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전제도 앞서 제시한 바 있지만, 학습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학습은 적성이라는 전제가 우선된 후에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사자인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 역시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학업 중심과 경쟁 중심의 사회 통념 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들도 어느새 비정상적인 논리에 순응하게 된다. 그 결과로 청소년기의 적성 탐색은 허울만 있을 뿐, 그 기회는 더 먼 미래로 이월되어 버린다.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 공동체에서 마을의 어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멘토로서 끊임없이 조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아이들이 진로에 대한 자각을 갖게 하고, 자신의 꿈을 찾게 하는 탐색의 과정을 제시해 주거나 혹은 격려해 주면서 때로는 경제적인 혹은 환경적인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마을 어른들이 생활 속에서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은 불가능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안하고픈 의도적인 노력은 예전의 마을 어른들의 역할을 현재에 대신할 수 있는 어른들의 역할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연결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그 어른들에게 주어지는 이름이 바로 멘토이고 그것을 운영해 주는 장치가 바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집단적이고 수동적인 학습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육 방식에도 분명히 장점은 있다. 하지만 적성 탐색만은 개별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멘토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많은 부모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아이들의 부족한 학습을 보충해 주는 것만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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