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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Nov 13. 2019

대표님 때문에 다녀요

당신이 창업하면 만나는 사람들

대표님 때문에 다녀요


“일하는 꿈 안 꾸고 편하게 좀 자고 싶어"

“나도 못한다고 하고 싶어"

“내가 잘하고 있는 것 맞나?”


이 말은 나를 포함하여 창업기업을 운영하는 내 주변 대표들의 속마음이다. 속마음! 아무에게도 말 못 하는 그런 것이다. 과연 대표이사라는 직책에 준비된 사람이 있을까? 대개 월급 받는 생활을 하다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회사를 차린다. 리더가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우수한 사람들과 해보려고 창업을 한다. 창업하기 전에 MBA에서 경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또는 수많은 창업 교육에서 초기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마음가짐이나 자기 관리 방식을 알려주는 곳은 없다.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10년 동안 대표이사로서 어려움을 생각해보면 정말 많다. 물론 직장 생활때 받을 수 없었던 금전적 이득과 성취, 인정, 자아실현 등이 이를 충분히 보상해준다. 그래도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장 어려운 점을 꼽아보자면 3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로 비교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시절에는 동기보다 잘하면 좋은 학점이 나온다. 취업할 때는 내 옆에 있는 면접자보다 잘하면 합격한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연차 중에 잘하면 좋은 인사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이사는 어떻게 해야 잘하고 있는 것일까?


최대한 이익을 추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이 대표이사의 목표이니, 매출일까? 그러면 그 매출은 누구랑 비교해야 할까? 아니면 조직의 사이즈일까? 역시 다른 어떤 조직과 비교해야 할까? 이처럼 창업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기존에 숨어 있던 시장 또는 변형된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 그래서 정확한 경쟁자나 리딩하고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 스타트업 중에 유니콘이라 불리는 배달의 민족이나 토스를 보자. 그들이 나오기 전에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우리만의 북극성 지표(North Star Metric)를 만들고 테스트해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Photo by Andrea Sonda on Unsplash


누구도 대표에게 일을

더하라고 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동기부여이다. 누구도 대표에게 일을 더하라고 하지 않는다.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감히(?) 없다. 올해 성과를 달성하면 얼마큼의 인센티브를 가져가라고 정해둔 사람도 없다. 외부 투자를 받았더라도 대표이사의 보수는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 최대 금액만 정해뒀을 뿐이니 거의 마음대로 가능하다. 그래서 대표에게 당근과 채찍은 스스로 줘야 한다. 즉 “Self Motivation”이 필수적이다. 이를 놓치고 있다가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져버린다. 생존하기 바빠 “Self Motivation”을 놓치다가 매너리즘에 빠지면 정말 무서운 상황이 된다. 아인슈타인은  광기란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며 똑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현상유지에만 급급하면서 난 열심히 하니 내일은 다를 거다라고 자기 위안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감정의 업다운이다. 하루에도 세상을 다 가질 것 같이 기뻤다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생각할 정도로 나빴다가를 반복한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마치 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출근해서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혼낸다. 그 직후에 번아웃에 빠져있는 다른 직원을 독려하고 달랜다. 또 최근 좋은 성과를 낸 팀을 전체 앞에서 칭찬하고 보상한다. 그런데 갑자기 외부 고객사에서 몇 달 동안 공들인 계약 건을 드롭하겠다고 해서 절망에 빠진다. 이때 팀장 하나가 면담 요청과 함께 연봉을 올려달라고 해서 어렵게 설득을 끝내자마자, 다른 고객사에서 어제 발표한 제안을 계약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기뻐한다. 숨 좀 돌리려 하는데 어떤 직원이 거짓말한 것을 알아채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 그런데 갑자기 최근 친해진 파트너사의 담당자가 커피 한잔 하자고 한다. 향후 큰 계약 건을 빌미로 무상 협찬을 요구하는데 참 난감하다. 이때 퇴사 면담을 요청하는 직원의 메일을 받는다. 조직에 대한 실망과 나에 대한 실망을 동일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게 퇴근시간이 지나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니 친한 직원 하나가 대표님은 너무 바쁘시고 요즘 표정이 너무 어둡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이다. 나의 오늘 기분은 뒤죽박죽이다. 마치 이 그래프와 같다.

절대로 느낄 수 없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는다

이렇게 보니 대표이사가 참 어렵고 하기 싫어 보인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왜 대표를 하는 것일까? 앞서 말한 유무형의 이득이 그 이유일 것이다. 정말 직장 다닐 때는 절대로 느낄 수 없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는다. 지인들의 인정과 찬사도 그중 하나이다. 그런데, 간혹 내부 직원의 진심어린 인정은 대표이사의 어려움을 상쇄시켜준다. 하루는 번아웃 직전에 있는 직원에게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직원은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하였다. “대표님 때문에 다니죠"


나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니? 나 듣기 좋으라고 한말 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아주 간혹 이와 비슷한 말을 몇 번 더 듣게 되면서, 대표이사의 모습이 직원의 근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창업 조직에서는 회사만큼이나 대표의 이력과 열정을 보고 입사하는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 물론 입사하고 나면, 대표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직원은 없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대표의 모습에서 그 영향을 조금씩이나마 받을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아는 대표님과 자리를 가졌다. 직원은 100명 정도에 안정적인 B2B 사업을 20년 가까이하셨던 분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지난 일 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셨고, 다행히도 완치가 되어서 다시 복귀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 100명 규모의 회사가 10~20명으로 축소되었고 핵심 인력이 거의 사라진 사실을 들었다. 안정적이게 보이던 회사가 단 일 년 만에 이렇게 되는 것을 보고 작은 회사에서는 대표이사 리스크가 참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Photo by Valentín Betancur on Unsplash


순식간에 망해버리는

구멍가게 장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특히 대표님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고 표현하는 직원은 나의 상태에 따라서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표가 흔들릴 때 같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언제까지나 열정 넘치는 초기 창업자일 수는 없다. 대표이사로서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조직에게 해야 하지만, 나 하나만 바라보는 조직은 오래갈 수 없다. 예비 창업자 시절 혹은 창업 초기 시절, 나의 말 한마디에 조직이 움직이고 로열티를 보이는 직원들을 꿈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나의 기분이나 단점에 조직이 영향받게 해서는 안된다. 즉 초기 조직은 대표 또는 핵심 인력의 맨파워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점점 프로세스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성공 경험을 하나하나씩 프로세스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정식 프로세스로 채택하기 전에 반드시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 본 사업 전에 작고 빠르게 실행하여 사업성 검증해보는 것)를 통해서 검증하자. 그리고 당신이 만족하는 수준을 100점이라고 할 때, 70점만 되더라도 만족하고 나아가자. 점차 개선해나가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면 아무것도 시스템화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프로세스가 만들어지면서 대표이사도 본인의 포지션을 변화시켜야 한다. 내가 앞장서서 다 성과 만든 다음에 직원이 팔로업 할 수 있게 하는 스타일은 너무 대표 중심의 회사이다. 이것은 초기 창업기업 일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즉 프로세스가 만들어질수록 대표는 스프링보드(spring board)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성과를 더욱 빛나게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큰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이들이 달릴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 물론 항상 장애물은 있다. 그럴 때는 또다시 해결사가 되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여 점점 안정적이고 탁월한 시스템으로 개선해나가면 된다. 우리는 내가 없으면 당장 순식간에 망해버리는 구멍가게 장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스케일업이 가능한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Photo by SpaceX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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