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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Nov 15. 2019

창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신이 창업하면 만나는 사람들

아예 사업을 차려달라고 하시지

초기 창업기업에 합류한 직원 중에는 창업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 본격적으로 창업 하기 전에 대리 경험을 쌓아보려는 것이다. 회사에 아무리 오래 다녀도 일부 업무만 경험해볼 뿐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창업의 꿈이 있다면, 초기 기업에 합류하여 창업 멤버로서 겪어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좋다. 이런 유형의 직원은 업무 하나를 진행하더라도 제대로 경험해보려 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회식, 티타임 또는 면담 때 많은 직원들이 묻는다.

대표님 창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소 추상적으로 묻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구체적인 질문도 많다. 특히 퇴사자 중에서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연락해서 도움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직원이었지만 미래에는 파트너사가 될 수 있기에 가능한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려 한다. 얼마 전에는 엉망진창으로 마무리하고 퇴사한 직원이 연락이 와서 본인이 창업한다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본인이 하려는 사업 아이템과 관련되어 도움될만한 사람을 소개해달라고도 하고,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퇴사할 때가 생각나서 괘씸했지만 적당히 답변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또 연락이 와서 이번에는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없는지까지 묻는 것이다. 속으로는 “아예 사업을 차려달라고 하시지”라는 말을 수백 번 했다. 하지만 사업하면서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기에 역시 적당히 답변을 하고 끊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내가 친절한 이미지로 기억되었으니 이런 요청까지 했을 거라고 좋게 해석하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누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면, 먼저 도움을 주는 것이 제일 쉬운 접근이다. 그래서 난 실제로 협상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상대방이 나에게 먼저 빚을 지게 만들고 협상을 시작하곤 했다. 


Photo by AZGAN MjESHTRI on Unsplash


지금 당장 창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창업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거꾸로 질문한다. 지금 당장 창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실제로 100%, 아니 50%라도 준비된 창업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 예측 불가능하다. 마치 수학에서의 비선형 함수(Non-Linear System)와 같다. 내가 준비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준비보다는 창업을 시작하는데 심리적 장애물이 무엇인지 들어보면 도움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정말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아직 결혼하기 전 이라서요. 회사 네임밸류가 필요합니다"

“곧 아이가 태어날 꺼라서요"

“모아둔 돈이 별로 없습니다"

“아직 제 실력이 부족해서요"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창업하면 안 되는 이유를 도출해보면 100만 가지도 나올 수 있다. 안 되는 이유 중에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하는 것은 3가지인데, 첫 번째는 사업 아이템의 부재이다. 아직 창업 아이템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혹은 찾았는데 이미 먼저 시작한 회사가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좋은 아이템은 좋은 팀만 있으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예비창업자들은 놓치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모두 첫 사업 아이템이 지금의 서비스는 아니다.  


먼 해외뿐만이 아니라 현재 1조 원의 기업가치가 넘는 토스를 만든 이승건 대표도 첫 창업아이템은 실패했었다. 하지만 실패 이후에도 우수한 팀을 데리고 토스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또한 내가 생각한 아이템이 이미 있더라도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보다 시장은 작지 않다. 통신 시장을 독점하는 SK텔레콤도 50% 점유율을 넘지 못한다. 오히려 아무도 안 하고 있는 아이템이 더 위험하다. 여태까지 아무도 안 하고 있는 아이템은 안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Photo by Matthias Wagner on Unsplash


평소에는 개발자처럼 조용히 있다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중을 압도해버린다

두 번째로는 리더십 경험의 부재이다. 본인이 하려는 사업 아이템도 명확하고 그와 관련된 경력과 실무를 쌓았지만, 리더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두려워한다. 실제로 나는 창업하기 전까지 살면서 한 번도 리더를 해본 적 없다. 철저히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창업 이후 수십 명을 리딩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물론 남들 앞에서 말하고 발표하는 것은 아직도 가끔 긴장된다. 창업 초기에는 발표하기 전에 항상 우황청심환을 먹고 들어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다 보니 1000명 앞에서 발표할 때도 떨리지 않는다.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에서 보면, 자유 특성 이론(Free Traits Theory)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내향적인 사람도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 자기가 아끼는 사람, 혹은 다른 귀중한 것을 위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창업자가 되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발휘된다. 실제로 성공한 창업가와 대표 중에는 내향적인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 평소에는 개발자처럼 조용히 있다가 본인의 사업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중을 압도해버린다. 그러니 리더십 경험의 부재는 창업의 장애물이 될 수 없다


마지막 세 번째는, 조금 더 경력을 쌓아야 해서 아직은 창업을 못한다는 이유이다. 이는 창업을 하려는 업종에 따라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창업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창업 초기 시절 많은 부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초기일 때만 가능하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왔지만, 실제 창업하고서는 초기에만 개발에 참여가 가능했었다. 많은 하이테크 기업의 CEO들도 보면 기술개발에 계속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분야의 전문가일지라도 실제 실무를 하기보다는 거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회사를 키운다


즉 창업기업의 대표이사는 중재자(Moderator) 역할을 해야 한다. 전문가를 데려와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회사 역시 당연히 좋은 성과를 달성한다. 그리고 창업 초기 시절에는 대표가 직접 프로토타입(prototype: 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 개선하기 위해 간단히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까지 만드는 것은 물론 좋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직원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는 제품 개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략, 마케팅, 홍보, 영업, 그 어떤 분야에서도 초기 모델까지 만드는 것이 창업기업 대표이사의 역할이다. 


Photo by Alexander on Unsplash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야

김미경 작가의 서촌 오후 4시에 보면, 어떤 스님이 만나는 사람마다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야"라고 말한다 한다. 어떻게 보면 출가와 창업은 비슷하다. 둘 다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관련 경력이 많다면 많은 대로 경력이 없다면 없는 대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절에 오래 다녔다고 스님의 삶을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둘 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하나 더, 시작하기 전까지 주위 사람들이 많은 반대를 한다.  


물론 우리 회사의 직원들처럼 본인이 창업하기 전에 초기 창업기업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추천한다. 창업기업이 성장하고 성공하는 모습과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창업가의 삶을 조금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역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창업가 중에 많은 사람들이 창업기업의 창업 멤버(직원)로서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극히 일부만 볼 것이고 본인이 직접 창업한 후에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험이라는 명분 때문에 초기 창업기업에서 열정 페이 받으면서 일하지는 않기를 추천한다


그래도 창업에 정말 도움되는 준비사항을 하나 뽑아보라 하면, ‘창업경험' 일 것이다.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를 뜻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니 당신이 몇 살이건, 경력이 얼마이건 상관없이 지금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때 일 수 있다. 물론 언젠가 꼭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에 한해서다. 창업은 절대로 떠밀려서 할 수는 없다. 유명한 웹툰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라고 표현한 것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개인적으로 이 표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밖은 지옥이 아니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창업가의 삶의 장단점 모두 직장인일 때보다 생각보다 훨씬 엄청나다. 그러니 두려워말고 도전해보시라.


Photo by Mohamed Nohass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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