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지 않는 토요일 아침.
눈부실만큼 색이 진한 과일과 품위있게 잘 갖추어진 꽃다발,
이상하게 배배꼬인 햄과 냄새나는 치즈덩어리가 있는 주말의 장이 섰다.
북적이는 인파를 보며, 아 예전의 그 생기있는 거리가 다시 시작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마스크를 집어 쓰고 바쁘게 내 갈일을 간다.
마치 기차시간을 맞춰 떠나야하는 사람처럼.
그 때 어디선가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퍼지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나의 바쁜길을 막아선다.
뭐지, 길거리 공연인가. 했을때 아니나 다를까
건물밖의 한 구석에서는 두 명의 댄서들이 현란한 비보이 춤을 추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돌바닥에서 묘기를 부리듯
손으로 바닥을 들었다 발로 바닥을 들었다가, 몸을 꺾었다 목을 꺾었다가.
이런 공연으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다니
역시 이 동네 비보이 수준이 이정도지 하며 고개를 돌리니,
특별한 수레바퀴가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을 머금은 커다란 나팔입 두개와, 그 나팔입을 태운 수레.
그리고 나팔입의 특별한 소리를 만드는 헤드폰 낀 수레주인.
박물관 혹은 앤틱샵에서 쉬고 있던 축음기는
수레주인의 성화로 토요일 오후까지 불려 나온것 같기도 하고,
주말엔 좀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었거나,
아님 간만에 사람구경을 하고 싶어 외출한 것 같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오래된 나팔입은 수레주인의 귀와 두 손에 의지하여
신나는 음악을 내뿜고 내가 여기에 왔다고 소리친다.
난 더 이상 쾌쾌묵은 과거의 축음기가 아니오,
난 원래가 콘템포래리, 오늘의 음악을 내뿜는 태생이었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보이의 춤에 열광할 때
나는 저 이상한 수레바퀴의 정체를 궁금해 하다,
그래 니 말도 맞구나 하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