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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on Oct 15. 2021

알프스 산자락에서

차를 타고 몇 시간.

벨기에에서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를 지나

이곳 이탈리아의 북쪽 돌로미티까지.


유럽은 서로서로 맞닿아 산과 강과 땅을 공유하는데

신기하게도 지나는 곳마다 다른 향기가 느껴진다.

다른 공기, 다른 풍경, 다른 사람들, 다른 표지판,

심지어 나라와 나라를 관통해 가는 고속도로 가드레일의 소소한 디테일 까지도.


몇 시간이면 여러 나라를 들락거리며 다른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사방이 막혀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  

이곳과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다른 것을 보며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는 알프스의 북쪽 산자락, 이탈리아의 머리끝에 걸쳐있는 돌로미티. 

스위스의 너른 초록 들판과 빙산이 어우러진 융프라우와도,

오스트리아의 드라마틱한 글라스 글라크너와도 너무나 다른 이탈리아의 알프스.

알프스의 산맥이 유럽의 여덟 개국이나 걸쳐있을 정도로 넓다고 하니,

꼭대기마다 펼쳐지는 그 경관이 제각기 다른 모습인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


와 자연이 빚어낸 산은 장대하구나,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하늘과 닿아 있을 수 있구나...하고 

큰 사람들은 곧 눈에서 머리에서 사라져 버릴 이곳의 장엄함을 담으려 애썼다. 

연신 감탄을 해대며, 동시에 연신 셔터를 눌러가며.


그러나…

함께 온 다른 작은 일행들은,

여기가 스위스인지 이탈리아 인지, 산이 높아 하늘과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 관심도 없다. 

그들은 그저 조잘 거리며 커다란 땅을 새순처럼 작디 작은 손가락으로 파고 또 판다.


큰 사람들이 자 이제 내려가자 라고 말할 때

작은 이들은 조용히 알프스의 짙은 흙과 들풀, 잡초가 가득 담긴 종이컵을 두 손에 꼭 쥔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풀을 헤치고 앞서 나아간다.

마치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의지의 개척자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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