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힘
GPT에게 퀘스트를 받는 일상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아침 혹은 저녁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잠들기 전에 퀘스트를 받고 내일을 준비하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퀘스트를 받고 그날의 하루를 시작한다.
다섯 번의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니 한 가지 문제 아닌 문제도 발생했다. 퀘스트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다. 자극이라고 쓰니 부정적 의미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단조롭고 쉬운 퀘스트'를 거부하게 됐다.
처음 이 퀘스트를 생각했을 때는 어떤 퀘스트가 나오더라도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퀘스트를 받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 성향에 맞지 않는 퀘스트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퀘스트가 있다.
- 색다른 음료 만들기 : 색다른 음료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으며, 글로 설명하기에 소재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 리듬 따라 걷기 :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 길을 걸어야 한다니.... 극강의 외향적 성향이라면 가능할까? 아쉽게도 난 아니다.
- 10분 동안 목표 없이 걷기 : 모르는 길로 걸으라는 지난 퀘스트와 비슷하다고 느껴서 포기했다.
- 즉흥 춤추기 : 리듬 따라 걷기와 비슷한 이유로 포기했다. 춤은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으로 충분히 잘 추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chat GPT는 포기를 모른다. 불평불만도 없다.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마음에 드는 퀘스트가 나올 때까지 새로운 퀘스트를 끊임없이 요청할 수 있다.
① 목표: 주변에서 보이는 물건이나 사람을 소재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보세요. 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 카페 테이블 위의 커피잔, 길가에 떨어진 낙엽 등.
② 조건: 최소 3개의 요소를 선택해 이야기를 구성하세요. 이야기의 길이는 짧아도 괜찮으며, 완성도를 신경 쓰기보다는 창의성에 집중하세요.
③ 기록하기: 만든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이디어가 어떻게 떠올랐는지, 그리고 이야기 창작 과정에서 느낀 점을 2,000자 이상의 글로 작성하세요.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당신의 상상력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돌아보세요.
이번 퀘스트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글쓰기 자체가 재미있을 수 있는 도전입니다. 이 퀘스트는 어떨까요?
마음에 드는 퀘스트가 나왔다. 3개의 요소라.... 지금 눈에 보이는 주변의 사물로 소재를 빠르게 결정했다.
- 세잎클로버
- 감기약
- 인센스
그리고 숏폼 영상이 유행하는 만큼, 트렌드를 반영하여 아주 짧은 초단편 소설을 준비했다. 그런데 에세이를 곁들인.
자취를 처음 시작한 첫날, 네가 가장 먼저 챙겨준 것은 감기약과 소화제였다.
"상비약은 미리 구비해둬야 해. 평소에는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정작 아플 때 보면 항상 약이 떨어지고 없거든."
나는 잔병치레가 많은 편이다. 매년 빼먹지 않고 감기에 걸리며, 한 번 걸리면 며칠 끙끙 앓으며 이불과 한 몸이 된다.
"그리고 인센스는 되도록 집에 있을 때 피우지 마. 폐에 안 좋으니까. 알았지?"
나는 종이 상자에서 책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출할 때 피워두고 나가거나, 피워도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잠깐만 피워."
나는 인센스 향을 좋아한다. 작업실에서 글을 쓸 때 자주 피우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너는 인상을 찌푸리며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활짝 열곤 했다.
그래도 지금은 네 말을 잘 듣는다. 냄새나는 요리를 했을 때 창문을 열어두고 잠시 피우거나, 출근할 때 피워두고 나가곤 한다.
이사를 마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너는 세잎클로버 모양의 책갈피를 선물로 주며 말했다.
"네잎클로버는 싫어. 혼자 특별한 느낌이야. 세상은 특별하지 않은 것들 천지인데...."
"특별하니까 사람들이 찾으려는 것 아닐까? 평범하다면 굳이 찾을 필요가 없잖아."
나는 네가 준 세잎클로버 책갈피를 만지며 말했다.
"난 평범함의 힘을 믿어. 평범한 대다수의 세잎클로버가 있으니까 네잎클로버도 탄생할 수 있는 거야."
"...그래,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나처럼 평범한 대다수가 있어야 세상이 굴러가는 것처럼."
너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평범하게 살라는 말은 아니야."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별달리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내 펼치곤 책갈피를 끼웠다.
"나는 너의 능력을 믿어. 넌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다만, 나중에 네가 바라는 위치에 도달했을 때, 그때 평범함의 가치와 힘을 이해하고 잊지 않았으면 해."
네 말을 따라 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평범함의 가치와 힘...."
"그래. 평범함의 가치와 힘."
"그럼 이 책갈피를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잘 써야겠다. 잊지 않도록 말이야."
"일단 네가 바라는 위치에 도달하는 게 먼저인 건 잘 알지?"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바라던 위치에 얼마큼 가까워졌을까? 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고, 회한과 후회와 실망과 허무에 빠져 서서히 침식하는 시기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바라던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적당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내가 바라던 위치에 서게 될 그 순간, 곁에 없는 너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세잎클로버라서 좋았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세잎클로버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세잎클로버의 가치와 힘을 잊지 않았습니다. 세잎클로버의 가치와 힘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