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로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량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2023년 9월부터 시행한 법인차량 연두색 번호판 제도에 대해 [가장 쉽게] 알아보았습니다.
법인차량이란 개인이 법으로 만든 회사, 즉 법인회사 소유의 차량를 뜻합니다.
일반인들이 차를 사면 개인 돈으로 취득세, 자동차 보험료, 유류비, 차량 정비 비용 등을 내야 하지만 법인 소유의 차량은 다릅니다.
법인차량은 법인회사 사장님이 회사 일을 목적으로 사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차량입니다. 연말에 <업무용 승용차 운행 기록부>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차량 관련 비용을 회사 유지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법인회사 사장님의 세금도 깎아줍니다.
얼마나 깎아주냐고요? 케바케로 너무 복잡하지만, 만약 연매출 30억에 순이익 2억 정도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정도 규모면 주변에서 "작은 중소기업 그럭저럭 잘 운영하고 있다~" 하는 정도인데요.)
이 회사가 법인차량으로 약 2억짜리 벤츠 s클래스나 BMW 8시리즈를 1년간 운행했을 때 모든 렌트 비용과 유류비, 보험료, 통행료 등은 모두 회사 비용으로 내고 별도로 사장이 내야 할 법인 소득세에 추가적으로 150만원 정도를 더 깎아줍니다.
이러니 도로에 다니는 고가 수입 외제차들 중 법인차량이 상당했는데요. 벤츠 마이바흐, 벤틀리, 벤츠G 등 2억원 이상의 차량 중 약 70%가 법인차량이며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과 같은 고급 스포츠카의 약 77% 이상을 법인차량이 차지하게 됩니다.
"개인이 차를 살 때와 사장님이 차를 살 때 공평하지 않다!"라는 여론으로 시작되어 작년 2023년 9월부터 8,000만원이 넘는 고가 법인차량에는 의무적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했습니다.
법인차 용도로 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인데요. 남편 회사의 법인차량을 아내가 몰고 다니며 고급 외제차로 폼 잡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법인 사장님들은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주말 가족여행, 골프, 모임 등에 나가면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가오도 떨어졌는지 8,000만원 이상 법인차 등록이 전년대비 28%나 감소했습니다.
2억원대의 벤츠 S클래스도 64%나 감소했고 1억이 넘는 제네시스 G90도 46% 감소하면서 정책이 성공한 듯 보였죠.
하지만 어설픈 정책은 빈틈이 있는 법! 올해 상반기 등록된 8,000만원 이상의 법인차량 총 1만9천대 중 33%인 약 6,300대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2억5천짜리 BMW M8 쿠페를 75% 할인받아 7,500만원에 샀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1억이 넘는 차들도 할인을 많이 받아 7,000만원에 샀다고 주장한 뒤 흰색 번호판을 달은 것입니다.
이는 다운계약서 형태의 편법 거래 행위로 예를 들어 계약서 금액을 2.5억 -> 7,500만원으로 다운시킨 뒤 차액 1.8억은 다른 명목으로 현금 지급하는 방식인데요. 정부는 실제 구매가격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답답한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각종 여론에서 4,000만원 이상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하자,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법인 차량에 연두색을 달게 하자, 구매 금액이 아닌 자동차 보험 가입 시 책정된 차량 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영세 법인 사업자들에게 차량 비용을 회사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세금까지 감면해주는 육성 지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위 글 사진 출처는 연합뉴스, BMW코리아 홈페이지, 픽사베이, 영화 부당거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