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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Sep 11. 2020

스물여섯 캐나다 영주

인생에는 플랜 B가 필요해

새책이 나왔어요

스물여섯 캐나다 영주 | 인생에는 플랜 B가 필요해 | 그레이스 리 | 이소노미아 | 12,000원

http://aladin.kr/p/zNpyd


표지 디자인은 이렇습니다


저의 역할은?

뭐, 편집자니까 편집했지요.^^ 신간 편집 작업은 모두 끝났고, 디자인 작업도 완료돼서 책은 인쇄소에서 인쇄되고 있답니다. 조만간 독자의 부름을 받을 거예요. 브런치 유저들에게만 공개하는 편집여담입니다!!



편집자 마담쿠와 제가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의 뒷얘기를 대화 형식으로 독자에게 전합니다.


코디정: 꽤 세월이 흘렀지만 마담쿠도 한때 유학생이었지요?  


마담쿠: 네. 영국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냈지요. 


코디정: <스물 여섯, 캐나다 영주>. 누가 들으면 캐나다에 사는 영주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 마담쿠가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독자들은 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책으로 출간되는지 궁금해 할 거예요. 


마담쿠: (웃음) 이 책은 저자가 캐나다에서 영주권을 얻을 때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기획은 우연히 시작되었어요. 인터넷 카페에서요. 


코디정: 네? 카페?  


마담쿠: 제가 나름 시나리오 작가잖아요? 


코디정: (웃음) 나름은 아니지요. 등단한 작가에 ‘나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는 않으니까요. 


마담쿠: 작가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가 있어요. 아마추어도 있고 데뷔한 작가도 있고 프로 작가도 있는, 나름 오랜 전통이 있는 카페죠. 거기에 글이 하나 올라왔어요. 아마도 작년 여름이었을 거예요. 출판 계약을 하려는데 왠지 부당한 계약 같다는 글이었죠. 


코디정: 부당 계약이요? 조건이 뭐길래? 


마담쿠: 우선 출판 계약금이 없고 1쇄 인세도 없었어요. 2쇄부터 6%의 인세를 지급하기는 하는데 저자가 책을 어느 정도를 사야 하는 강매 조항도 있는 것 같더군요. 


코디정: 흐음. 출판사 손해 방지 계약이네요. 이야, 우리가 책을 내주는 게 어디냐, 라는 ‘갑질 마인드’도 느껴집니다. 우리 이소노미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마담쿠: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는 도움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 원고가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브런치 링크를 보내주더라고요. 지금 캐나다에 있다면서, 브런치에 올린 글을 출판할 생각이었다고요.


코디정: 그때 글의 느낌은? 


마담쿠: 흥미로웠어요. 브런치 글은 캐나다 생활을 보여주고 캐나다에 오려는 다른 친구들에게 정보를 주는 글이었어요. 익숙한 경험도 있고 유용한 팁도 있고요. 책이 되기에는 좀 부족했어요. 깊이의 문제랄까 너비의 문제랄까, 뭔가 부족했어요. 하지만 즐겁게 읽힌다는 데 의미가 있었죠. 얘기를 좀더 나눠보려고 언제 한국에 오냐고 물었더니 6개월 후에 온다는 거에요. 그래서 알겠다고 했죠. 


코디정: 그게… 끝? 


마담쿠: (웃음) 저자가 한국에 없으니까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접어두고 다른 일을 하는데 계속 생각났어요. 그러다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어떨까? 여자가 해외유학을 할 때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는 조언이나 도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묶어서 알려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이어졌죠. 그래서 다른 영어권 국가의 저자들도 섭외했어요.  


코디정: 맞아요. 그때 마담쿠가 <언니가 들려주는> 시리즈를 제안했지요. 우리는 좋은 기획이 될 것 같다고 합의했습니다만. 


마담쿠: 네. ‘해외 유학을 다녀온 언니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이는 기획이었어요.


코디정: 해외에 유학을 다녀온 경험만 있으면 되는 거였나요?


마담쿠: 아니요. 영어권 국가여야 했고, 가능한 한 부모로부터 자립해서 자기 힘으로 해외생활을 한 언니들이어야 했어요. 그래야 더 유용하고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저자들의 배경과 상황이 다르다 보니,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스케줄도 다 다르다는 것?  


코디정: 스케줄이라… (웃음) 우리가 저자에게 독촉을 좀 하지는 않는 편이지요.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터졌잖아요? 바로… 


마담쿠: 네. 코로나19였습니다. 정말 울 뻔했어요. 책 기획을 11월에 했는데 바이러스가 2월에 터졌죠.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유행하는데 유학 이야기를 하면 대체 누가 읽겠어요. 솔직히 잠깐이지만 절망했어요. 이 기획 망하는 건가? 하면서요. 


코디정: 세상사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고,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게 마련이어서 그때 우리가 기획을 수정했습니다. 


마담쿠: 맞아요. 그때 코디정이 먼저 ‘분권’을 제안했지요. ‘언니들’에서 ‘언니 각자’가 되었습니다. (웃음). 분권으로 기획을 변경하니까 원고를 다시 구성하고 분량을 늘려야 했지만 신기하게도 글의 느낌이 훨씬 좋아졌어요. 저자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오롯이 담아내는데 집중해서 그런가 봐요. 저자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이 맞았어요. 단행본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저자의 표정 기억나세요? 아주 좋아했어요.


코디정: 활짝 폈죠. 완전 활짝. 예의상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신 것 같았지만. 아닌가? 저자가 원래 명랑한 사람인가요? 


마담쿠: 글쎄요. (웃음) 개인적인 첫인상은 어땠는데요? 


코디정: 낯가림도 없이 밝아서 참 좋았습니다. 전 자기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자립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그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낙관과 자신감도 스며들어 있는데, 저는 그런 솔직한 얼굴이 좋았습니다. 


마담쿠: 맞아요. 저자를 처음 봤을 때 참 평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게 장점으로 여겨지는 거예요. 이 책의 매력도 평범함이고 그래서인지 저자와 책이 참 비슷해 보이고,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지고….   

  

코디정: 네. ‘평범함에 바치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편집하면서 이 시대의 출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타인의 대단한 성공은 빛나기도 하거니와 매우 자극적이지요. 그런 이야기는 우리를 취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위로는 되지 못합니다. 따라하기도 어렵고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요. 평범한 사람들이 대단한 성공을 따라한다?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을까요? 해외유학이라고 하면 출발부터가 한국에서 명문대학에 해외의 세계적인 명문이 더해져서는 글로벌 기업에서 큰 활약을 한다거나 한국으로 컴백하여 멋진 인생을 도모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이 책은 그런 요소 없이 아주 평범합니다. 저자가 손을 내밀면서, “나도 했고 그러므로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때, 용기를 담아 “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잘 담아낸 이 출판 기획도 마음에 들어요. 마음 한편으로는, 캐나다라… 부럽네,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담쿠: 어머,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코디정: 에이 무슨,


마담쿠: 투자이민이라는 좋은 제도가…   


코디정: (웃음) 영주까지는 이젠 됐고, 기회가 된다면 세계여행이나 한번 해보고 싶네요. 이런 ‘이뤄지지 못할’ 꿈도 이제는 평범한 세상입니다만…. 마담쿠는 편집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어요?  


마담쿠: 우선 우울한 내 인생 어딘가에 뜻밖에도 다른 길이 있더라고 말하는 책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돌이켜 보면 스물 여섯에도 우울했고 열아홉에도 우울했던 사람이 바로 여기 앉아 있는 지라. <스물 여섯, 캐나다 영주>는 스물 여섯에 캐나다로 떠나 영주권을 획득하기까지의 생활을 담고 있지만, 저자는 캐나다로 가기 전까지, 그러니까 스무 살에서 스물 여섯 어느 시점까지 저자는 공식적으로 고졸이었죠. 대입에 실패하고 유치원에서 아이를 돌보며 음악을 가르치는 것으로 힘들게 3천 만원을 모았어요. 실패한 인생이라고 스스로 고백했지만, 그 와중에 저축을 한 거예요. 그것도 6년이나. 그 돈이 결국 캐나다로 향하는 시드 머니가 되었고 자립의 기초가 됐고요. 타이밍이 좋았어요. 너무 늦게 3천 만원을 모았다면 못 떠났을지도 몰라요.  


코디정: 맞아요. 인생은 타이밍이니까. 


마담쿠: 사실 편집자는 편집을 하다가 이해가 안 가는 구절이 있으면 표시를 해두잖아요? 그런데 우리 둘 다 표시를 해 둔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캐나다에서 주 80시간 일했다는 부분이었죠. 80시간? 보통은 주 40시간인데, 어떻게 두 배나 되는 ‘초중노동? 캐나다가 주급제도니까 설마 2주 치를 잘못 계산한 건가? 결국 저자 확인까지 거치게 되었는데 주 80시간이 맞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죠. 한때 투잡을 뛰며 80시간 노동을 하기도 했다고요. 그런 시절을 보냈으므로 지금의 그녀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코디정: 모든 시간을 견뎌낸 후에 자기 인생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마담쿠: 이 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으로 박수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도 저자처럼 자기만의 플랜 B를 찾는다면 더욱 좋겠지요. 


코디정: 저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기획하고 편집하느라 고생하셨어요. 마지막으로 저자를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그레이스 리. 한때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이 뜻대로 잘 풀리지는 않았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 하나만 들고 무작정 캐나다로 떠났다. 토론토 조지브라운 칼리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지금은 글을 쓴다. 포케도 만든다. 내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내 인생을 산다. 한국명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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