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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y 16. 2022

매일 한 문장 2

딸과 함께 매일 한 문장

한 노트에, 딸과 함께, 매일 한 문장을 쓰고 있다. 딸은 딸의 문장을 쓰고 나는 나의 문장을 쓴다. 사흘 동안 쓴 내 문장은 이렇다.


2022-05-12 목요일

4. 낮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낮술을 마시며 보다.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으며 소주를 한 병씩 마셨다.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낙원상가 옆 아구찜집이었다. 낮술을 마신 까닭은 별것 없다. 시간을 맞추다 보니 낮이 좋았다. 우리 둘은 모두 조직에 속해 있지 않아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나는 술 한 잔 한 다음에 회사로 돌아가 다시 일할 요량이었다. 바쁘니까...


나는 낮술을 마시면서 낮을 마시는 사람들을 훔쳐보았다. 모두 노인들이다. 은퇴하셨으므로 누군가에 구속되지 않고 한가하시니 낮부터 술이다. 저분들은 어떤 인생이었을까. 나도 언젠가 저렇게 노인이 되겠지... 그분들도 우리를 봤을 것이다. 한창나이에 일을 할 것이지 무슨 낮술이냐며 혀를 차는 생각을 하고 있으셨을지도 모르겠다.



2022-05-13 금요일

5. 사람들이 선생이며 사람들은 기적이다.


나는 그냥 내 인생을 산다. 오만하지도 않고 겸손하지도 않다. 그냥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고 싶고, 살고 있다. 그런나 솔직히 여러모로 어렵다. 사업을 유지하는 건 항상 숙제다. '나'만의 인생이면 쉽지만, 이 시대에 '나만'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부양할 가족, 임금을 지불해야 할 사람들... 가장으로 사는 건 쉽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 때때로 벌서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흔히 말하는 그런) 성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기적 같이 들린다. 박수를 친다. 모두가 선생이다. 겸손해진다. 나도 분발해야지. 주위에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목격한다.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내게 선생처럼 기적처럼 보인다. 나도 계속 가보자.



2022-05-14 토요일

6. 어쩔티비!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이 나한테 "어쩔티비!'라고 습관처럼 대꾸한다. 영 어감이 좋지 않고, 한 대 때려주고 싶은 표현이다. 예쁜 표현을 써라, 좋은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고 몇 번을 가르쳐도 결국 허사다. 이상한 말을 유튜브에서 배워서 누나도 쓰고 동생도 쓰고 그런다. 당최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기분이 나쁘다. 그런 말을 쓰지 말라고 하면 또 꼰대 같으니까, 신조어를 체험한다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이게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지난 토요일, 아들과 단 둘이서 여섯 시간을 함께했다. 아들이 전미라테니스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된 것.


13 테니스 수업이다. 그런데 오전에는 중학교 등산 동아리 활동이 있다. 그게 끝나면 부리나케 서울 종로에서 고양시 테니스장까지 운전수 노릇을 하는데, 아들이 늦는다고 아빠 탓을 하고,  이렇게 막히는지.... 하여간 기분 상해서 짜증이 났다. 그래서 아들이 뭔가라도 말하면 "어쩔티비!", 딸이 전화로 뭔가 이야기하면 "어쩔티비!"라고 대꾸했다. 어쩔티비만 반복했다. 토요일 내내 어쩔티비였다. 그랬더니 괜히 기분이 풀리네. 어쩔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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