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 | 다 같이 모르는 생활이야기
도시를 걷다 보면 매우 사소한 물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흔하고 또 자주 봤던 것인데 묘하게도 그 순간은 거기서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생기지요. 맨홀 뚜껑(Manhole Cover)이 그렇습니다. 지하 세계의 입구이지요. 우리 인류가 그것을 발명했습니다.
지상 세계의 문명을 유지하려면 그것에 걸맞은 지하 세계가 필요함을 깨달은 인류는 지하에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어둡고 축축한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그것이 맨홀이지요. 맨홀 아래는 주로 하수도였습니다. 지금은 가스 배관도 있고, 전력선이나 통신 케이블도 있습니다.
맨홀은 초대받고 자격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지요.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를 지키려는 용기 있는 자만이 초대를 받습니다. 맨홀 뚜껑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경고합니다. 이 문을 열면 지하 세계라고요. 최초의 맨홀 뚜껑은 BC 3500년경에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로마 제국의 돌로 만들어진 4세기 맨홀 뚜껑도 발견되었고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본격적인 맨홀 뚜껑은 18세부터인 것 같더군요. 제대로는 19세기 중반부터 본격 도시 하수도 시스템이 건축되기 시작했습니다.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대작 소설 <레 미제라블>에는 파리의 하수도가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아주 구체적인 설명이 있습니다.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데리고 파리의 하수도로 몸을 숨기는 내용보다 파리의 하수도 역사에 대한 소개가 더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백 년 동안 계속 정비되고 확장된 파리 하수도의 맨홀 뚜껑은 26,000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다지 미학적인 맨홀은 아닙니다.
맨홀 뚜껑은 뭐니뭐니해도 일본이지요. 일본 사람들의 맨홀 뚜껑 사랑은 아주 유별납니다. 오사카시에 있는 맨홀 뚜껑을 볼까요? 오사카 성을 맨홀 뚜껑에 조각했습니다.
오사카만 이럴까요? 천만에요. 일본 곳곳의 맨홀 뚜껑은 마치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 같습니다. 마치 “이 문을 열면 환상적인 지하 세계가 펼쳐집니다”라고 말하는 듯하지요. 포켓몬 맨홀 뚜껑도 있답니다. 일본 여행을 할 때에는 사람과 풍경만 보지 마시고 바닥도 함께 보시면 더 재미있답니다.
더 많은 일본 맨홀 뚜껑은 이곳을 참고하세요. https://bit.ly/2LhpmJO